■ ‘홍해 차단’ 비상… 산업계 초긴장
반도체·철강·가전 수출 ‘직격탄’
희망봉 돌아가면 15일 더 걸리고
노선별 선박 2~3척 추가투입해야
납기지연 등 2차 리스크 불가피
홍해를 틀어쥔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이란 전쟁에 뛰어듦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의 물류 동맥’으로 불리는 홍해까지 봉쇄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막혀 에너지 쇼크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유럽으로의 수출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해상운임이 최대 3배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후티는 하마스를 도와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했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2024년 글로벌 해상운임은 폭등했다. 2023년 11월 24일 993.21이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듬해 5월에는 3000대까지 치솟았다.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위치한 2300㎞ 길이의 바닷길로, 수에즈 운하와 연결돼 있어 글로벌 무역의 항로 단축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홍해가 막히자 각국 선박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경유해 유럽으로 갔는데, 이 경우 상하이∼함부르크 편도 기준 운항 일수가 약 10∼15일 증가하고 양방향 주 1항차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선별로 선박 2∼3척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최근 유럽으로의 수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홍해 리스크가 재발하면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유럽 수출금액은 945억 달러(약 142조8000억 원)로 전년(912억 달러) 대비 3.5% 늘었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반도체·철강·가전 등이었다.
기업들은 홍해 봉쇄 현실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비상시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슬로바키아 등 유럽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이집트·폴란드 공장이 있는 LG전자의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해 중국·동남아 등지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우려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홍해를 우회하는 항로나 선박 중간 경유지를 통한 환적을 하더라도 물류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선 홍해 사태 당시 희망봉 우회 노선 비중을 늘려둔 현대자동차그룹 등 자동차업계도 중동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많은 유럽향 물류가 희망봉 우회로 전환돼 있지만 운임상승과 함께 선복 부족, 납기 불안, 보험료 상승, 운전자금 부담 같은 2차 효과가 우리 수출기업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홍해가 막히면 에너지 공급망이 추가적인 충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대체 경로로 삼아 왔다. 국제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홍해 봉쇄가 실제로 이뤄지면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가 현재 1000만 배럴에서 1700만 배럴로 늘어나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50달러 이상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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