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다시 시행된 뒤 적용 대상이 된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준공하면서 수억 원대 부담금 부과가 현실로 다가오자 조합·주민들의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부담금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산정 방식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합과 주민들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재초환 제도 폐지·개선 요구를 이어가면서 부담금이 실제로 부과될 경우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14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재초환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단지는 46곳으로 예상 부담금은 총 2조 1690억 5099만 원에 달한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의 예상 부담금은 총 5149억 4844만 원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3억 2000만 원이다. 용산구 한강맨션은 총 4722억 5529만 원, 조합원 1인당 약 6억 8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46개 단지의 조합원 1인당 평균 예상 부담금도 1억 2174만 원에 이른다.
조합들은 재초환 폐지를 요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산정 방식을 개선해 부담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초환 초과이익은 종료 시점 주택 가액에서 개시 시점 주택 가액과 정상 가격 상승분, 개발 비용을 합한 액수를 빼서 산출한다. 조합들은 재건축 여부와 무관하게 오른 집값을 공제하는 정상 가격 상승분이 한국부동산원이 파악하는 주택가격동향조사로는 과소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실거래가격지수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를 재건축한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조합은 2024년 종료 시점 주택 가격을 약 8759억 원으로 신청했지만 한국부동산원 검토 과정에서 지난해 말 약 1조 444억 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조합은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달 10일부터 송파구청이 한국부동산원의 재조사·산정 결과에 대한 열람 공고를 진행하고 있지만 종료 시점 주택 가액은 기존과 같은 1조 444억 원으로 유지됐다. 조합과 자치구 간의 가격 차가 1685억 원에 이른다. 조합 관계자는 “재초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가격 상승분 등을 합리적인 기준으로 산정해달라는 것”이라며 “금융 비용과 상가 부분 등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사비와 금융 비용, 임대주택 부담액 등 개발 비용을 어느 정도로 책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초과이익 규모는 달라지기 때문에 조합들은 재초환부담금 액수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담금 부과뿐 아니라 산정 방식에 대한 반발로 이의신청을 하거나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하는 단지가 적지 않다.
특히 재초환 제도는 부담금 부과에 대한 주민 반발로만 그치지 않고 정비사업을 지체시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정비사업 시기를 늦추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축소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8년 제도가 재시행될 당시 강남구 개포주공5·6·7단지는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시기를 늦췄다. 개포주공5단지는 당초 그해 5월께 추진위 구성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반포현대의 억대 예정 부담금이 공개된 뒤 절차를 중단했다가 이후 다시 사업을 진행했다. 정비 업계에서는 서울·수도권 노후 단지의 재건축을 통해 최소 37만 가구에서 최대 61만 가구의 추가 공급 여력이 있지만 재초환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하면 사업을 포기하거나 장기간 정체되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초환 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도 폐지·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재초환 폐지·감면 법안 3개가 제출돼 있으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는 폐지·개정 청원도 회부돼 있다. 실제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할 경우 제도 개편 논쟁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공공과 민간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제도 폐지 법안이 논의될 경우 합리적인 운영 방안이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재초환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초환은 재건축에만 적용되고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비사업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최근 크게 오른 금융 비용과 공사비를 충분히 반영하고 현행 조합설립 인가일인 부과 개시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최고 50%인 부과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초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은 당초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지금은 노후 주택 정비와 도심 공급 확대가 정책 목표가 된 만큼 도입 당시 목적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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