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마켓서 대형 MMO 존재감 약화…모바일 라이트 중심 재편
PC로 다시 향하는 하드코어 유저들, 엔씨·카카오 등 신작도 동참
모바일 게임 앱 스토어 상위권에서 MMORPG가 드물어졌다. 사진/모바일인덱스
한때 대형 MMORPG가 장악했던 모바일 앱마켓 매출 상위권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최근 앱스토어 상단을 키우기 게임과 생존·전략형 캐주얼 게임이 장악한 가운데 전통적인 대형 MMORPG는 10위권 안에서도 존재감이 옅어지는 모습이다.
하나의 게임을 모바일과 PC에서 함께 즐기는 크로스플랫폼이 확산했지만, 실제 이용 행태는 오히려 플랫폼별로 갈리는 모습이다. 가벼운 게임은 모바일에서, MMORPG나 액션 게임은 고사양 PC·콘솔에서 ‘각 잡고’ 즐기는 방식이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MO 사라진 모바일 시장, 키우기‧캐주얼 부상
18일 기준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양대 앱마켓 1위는 방치·성장형 장르인 ‘메이플 키우기’가 차지하고 있다. 같은 장르의 ‘스톤에이지 키우기’도 애플 앱스토어 2위, 구글 플레이 4위에 올라 있다. 그 밖의 상위권에는 ‘라스트 워: 서바이벌’,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킹샷’ 등 생존·전략형 캐주얼 게임이 포진해 있다.
대형 MMORPG 가운데서는 양대 마켓에서 6위에 오른 ‘리니지M’을 제외하면 10위권 내에서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 MMORPG 장르 소비력 자체가 줄었다고 보긴 어렵단 관측이 나온다. 가벼운 플레이와 짧은 접속에 적합한 게임은 모바일로 쏠리고, 깊은 조작과 긴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MMORPG 핵심 이용층은 PC와 콘솔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진 결과란 해석이다.
배경으로는 모바일과 대형 MMORPG의 구조적 충돌이 꼽힌다. 모바일은 접근성과 결제 편의성이 뛰어나지만, 화면 터치 중심 환경에서는 복잡한 액션과 정교한 타게팅, 시야 확보, 장시간 수동 플레이를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동사냥 위주 구조가 주류였던 시기에는 이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지만, 최근 MMORPG가 수동 전투와 액션성, 회피와 패턴 대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모바일의 약점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 MMORPG에 필요한 수많은 조작은 모바일 환경에선 버겁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아이온2 유튜브 채널
◆다시 PC 집중하는 MMO 개발사 행보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아이온2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엔씨소프트는 2025년 연간 실적 발표에서 아이온2 흥행으로 4분기 PC 온라인 게임 매출이 16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이후 분기 최대치다.
업계에서는 아이온2 초기 매출의 90% 이상이 PC 직접 결제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MMORPG 이용자가 모바일에서도 접속은 하지만, 실제 본격 플레이와 과금은 PC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아이온2 이후 나온 리니지 클래식의 흐름도 비슷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리니지 클래식은 PC방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3월 12일 기준 20.84%를 기록, 전체 2위에 올랐다. 모바일 출시 없이도 PC 플랫폼에서 강한 반응을 얻은 셈이다. MMORPG 핵심 소비층이 여전히 견고하되 그 무대가 모바일 앱마켓이 아닌 PC 중심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엔씨소프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카오게임즈가 준비 중인 차기 대작들도 모바일보다 PC·콘솔을 중심에 두고 있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크로노 오디세이’는 개발 초기 단계에선 모바일을 고려했으나, 이후에는 PC·콘솔에 집중한 AAA급 오픈월드 액션 MMORPG로 방향을 바꿨다.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역시 PC와 콘솔 동시 출시를 전제로 한 라인업으로 제시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한때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모바일 MMORPG 시장을 흔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대작의 무대를 PC·콘솔로 잡고 있다는 사실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크로스플랫폼 구도 바뀔까…PC‧콘솔 비중 쑥
최근 모바일 앱마켓 지형 변화는 MMORPG 이용자의 이탈보다 플랫폼 분화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89.1%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감소한 반면, PC 게임 이용률은 58.1%로 4.3%포인트, 콘솔 게임 이용률은 28.6%로 1.9%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특히 PC 게임의 하루 이용 시간은 주중 117.9분, 주말 193.4분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모바일은 짧고 가볍게 즐기는 장르의 무대로, PC와 콘솔은 복잡한 조작과 깊은 전투를 요구하는 하드코어 게임의 본무대로 다시 나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안 모든 장르를 빨아들이던 모바일 중심 구도에서 벗어나, 플랫폼 특성에 맞춘 장르 분업이 다시 선명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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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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