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재)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경영본부장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100GW’라고 하면 1GW급 원자력발전소 100기에 해당하는 규모로, 2025년 말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약 156.6GW의 3분의 2에 가까운 수준이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40GW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4년여 만에 2.5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울산 앞바다에 추진 중인 6.2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와 비교해도 16배가 넘는다.
문제는 발전소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생산된 전기를 보낼 송전·배전선과 변전소가 부족하면 전기는 소비자에게 갈 수 없다. 발전설비가 전기를 ‘만드는 곳’이라면 전력망은 그 전기를 ‘보내는 길’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고압 송전망을 타고 이동해 변전소에서 전압을 낮춘 뒤 배전망을 통해 공장과 상가, 가정으로 전달된다. 도로는 그대로 둔 채 자동차만 늘리면 정체가 생기듯, 전력망을 확충하지 않고 발전설비만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전력망 혁신대책’을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송·배전망의 운영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새 도로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전력망 용량을 잠시 넘을 때에만 발전량을 조절하는 ‘유연접속’을 확대하고, ESS를 활용해 낮에 남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망에 여유가 생길 때 보내는 방식도 늘린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전력망 자리부터 확보해 둔 사업자의 접속권도 정리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송전망의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을 119GW에서 171GW로, 배전망은 84GW에서 11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송전선을 더 많이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전력정책이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저장하고, 언제 보내고, 어디에서 소비할 것인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너지전환이 발전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울산에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울산 앞바다에서는 6.2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이 추진되고 있다. 울산에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도 밀집해 있다. 앞으로 해상에서 생산된 청정전력을 울산의 산업단지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필요한 시간에 저장하고 공급하느냐는 지역의 에너지전환뿐 아니라 산업경쟁력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100GW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발전소 100GW를 짓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전기가 달릴 도로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자동차만 늘리고 도로를 만들지 않는 도시는 결국 멈춰 선다. 재생에너지 시대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발전설비와 함께, 그 전력을 막힘없이 흐르게 할 더 넓고 더 똑똑한 전력망일 것이다.
맹소영 기후칼럼니스트·(재)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경영본부장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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