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주담대 연장 불허
시장선 “집값 진정세 기대” 전망
추가 매도 물량은 제한적 지적 속
서울 외곽·수도권 풍선효과 우려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필요성
정부가 1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기로 한 것은 자금 압박을 통해 보유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당장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주거비 부담이 큰 무주택 세입자들이 매물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만큼 대출 규제가 덜한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려 집값 상승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임대 물량이 매매로 전환되고 임대인들이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길 경우 전세난이 심화하고 월세화가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촘촘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번 방안에서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 개인과 임대사업자들이다. 이들의 대출 만기연장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는데, 대출 규모가 약 4조 1000억 원으로 수도권 아파트 1만 7000건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2조 7000억 원, 약 1만 2000건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날 정부 대책을 두고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도한대로 어느 정도는 매물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집값이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기적으로 수도권 주택 매물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며 “지난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신규대출 금지에 이어 이미 대출을 받아 버티던 다주택 차주의 레버리지 유지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대출 회수 압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전세 끼고 여러 채를 보유하며 현금 여력이 약한 레버리지 투자자, 대출 만기 일시상환 비중이 높거나 금리·보유세·공실 부담이 누적된 비핵심지 다주택 보유자의 매도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 기존 주택의 매도 압력을 유발해 기존 주택의 매물 공급을 일시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담대 만기연장 제한으로 풀릴 물량이 많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소희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 제한으로 인한 추가 매물 출회는 제한적으로 본다”며 “이미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에 포함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전세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더욱 가팔라져 세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경우 올 1월 1일 2만3060건이던 전세 물량은 이날 1만5735건으로 31.8% 급감했다. 경기도도 같은 기간 전세 물건이 27.1% 줄어들었다.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월세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달 서울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70.3%로 5년 평균인 56.0%에 비해 14%가량 증가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임차인을 받게 되면 전세보다는 월세 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원리금 상환분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월세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전세가율이 50~60%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 아파트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시장의 매물 감소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매물 증가를 소화하고 임대 시장으로 부담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의 대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차인이 있는 다주택자 아파트 매물도 시장에서 신속하게 소화될 수 있도록 무주택자에 토지거래허가제도상 실거주 의무 예외를 인정하고 갭투자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퇴로를 열어줬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가 매물을 소화할 구매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시점에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면 옛날처럼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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