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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현장에서 사명 다시 쓰다…부산 호산나교회 HBS 졸업 성지순례
입력:
2026-06-20 23:43
HBS 튀르키예·그리스 졸업 여행…바울의 눈물을 따라 걷다
책장에서 꺼낸 성경이 눈앞의 풍경이 되다
호산나교회 HBS 졸업생들이 15일부터 25일까지 튀르키예, 그리스 성지순례길에 올랐다. 사진은 에베소 중앙도서관 앞에서 함께한 모습.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배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다.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의 성경 전문 교육 과정인 HBS(Hosanna Bible School) 교육생들이 3년 6학기라는 긴 대장정을 마치고 사도 바울의 선교 여정을 따라갔다. 교육생들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성경의 무대인 튀르키예와 그리스로 향했다. 여행은 복음의 생생한 현장을 직접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기는 ‘살아있는 성경 공부’이자 사명 재확인의 시간이었다.
동서양의 가교, 신앙의 요람, 튀르키예
순례의 첫 발을 내디딘 튀르키예는 인구의 98%가 이슬람교를 믿는 땅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독교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성지다. 아시아 대륙 서부와 유럽 동남부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동서양 문화가 찬란하게 교차하는 곳이다. 아브라함이 머물렀던 하란부터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지,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가 모두 자리한 복음의 통로였다. HBS 순례단은 이 거룩한 땅에서 과거의 신앙 선배들이 지켜온 믿음의 자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도착 감사 예배, 하란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계획
인천공항을 떠나 이스탄불에 도착한 첫날, 순례단은 숙소에서 도착 감사 예배를 드렸다. 김태훈 HBS 담당목사는 설교를 통해 “하란은 이스라엘 민족의 시작이자 야곱이 가정을 이룬 중요한 땅”이라며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복음이 사도 바울을 통해 열방으로 퍼졌듯, 이 땅에 깃든 하나님의 역사를 확인하며 우리의 신앙을 뜨겁게 회복하자”고 권면했다. 이 메시지는 11일간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순례단원들에게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사명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일깨워줬다.
지하 도시와 바위산에 숨겨진 믿음의 유산
이튿날부터 시작된 일정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스탄불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며 찬란했던 비잔틴 제국의 영화와 성 소피아 성당의 웅장함을 마주한 순례단은 곧바로 카이세리를 거쳐 갑바도기아로 향했다. 아! 이래서 다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갑바도기아 열기구를 타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일까. 대지를 박차고 오른 열기구가 어느덧 구름을 뚫고 상공 2200m라는 경이로운 고도에 도달하자 탑승객들 사이에서는 일제히 터져 나오는 탄성을 막을 길이 없었다.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기기묘묘한 기암괴석의 파노라마와 아침 햇살을 머금은 채 하늘을 수놓은 수백 개의 열기구 행렬은 그야말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신의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셋째 날 방문한 괴레메 야외 박물관과 데린쿠유 지하 도시는 압권이었다. 박해를 피해 좁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신앙을 지켜낸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흔적 앞에 순례단은 숙연해졌다. 척박한 바위산과 끝을 알 수 없는 지하 미로 속에서도 그들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이었다.
안디옥의 열정과 에베소의 고백
넷째 날 순례단은 바울과 바나바가 복음을 전했던 비시디아 안디옥을 방문했다. 필기 노트에 정성껏 기록된 ‘1500m 산맥을 넘던 체리 나무가 많던 길’은 이제 글자가 아닌 풍경으로 다가왔다. 목화의 성이라 불리는 파묵칼레(히에라폴리스)의 노천 온천을 지나며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찬양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던 라오디게아 교회를 보며 신앙의 결단력을 다졌다.
비시디아 안디옥 유적.
다섯째 날 순례단은 드디어 고대 도시 에베소에 입성했다. 사도 요한의 무덤 교회와 거대한 원형 극장, 셀수스 도서관을 지나며 2000년 전 복음을 전하던 사도들의 외침을 환청처럼 들었다. 번성했던 도시의 영광은 이제 유적으로 남았지만 그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은 오늘날 HBS 졸업생들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밀레도의 눈물, 사명 완수를 향한 마지막 약속
이번 순례의 영적 정점은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 에베소 장로들과 눈물의 고별 설교를 했던 ‘밀레도’에서의 예배였다. 김태훈 목사는 “바울은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 행을 성령의 감동으로 결심하며 자신의 생명보다 사명을 귀하게 여겼다”며 “HBS 3년의 과정을 마친 여러분도 바울처럼 오직 말씀 훈련과 복음 증거에 인생을 드리는 사명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밀레도 유적.
졸업생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뜨겁게 기도했다. 3년 동안 강의실에서 나눴던 말씀들이 밀레도의 바람을 타고 각자의 사명이 돼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결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했다. ‘성경을 배우는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성경이 되는 삶’을 살기로 다짐한 이들의 뒷모습 위로 사도 바울의 마지막 고백이 겹쳐졌다.
호산나교회 HBS 졸업 순례단은 이제 그리스를 향한 다음 여정을 이어가며 가슴 속에 품은 복음의 불꽃을 더욱 뜨겁게 지피고 있다.
튀르키예=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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