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천당제약 등 이른바 '3대 교란종'의 흐름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각기 다른 요인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며 투자 심리를 흔드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단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5% 증가한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삼성전자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은 물론, 증권가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39조4031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슈퍼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였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도 놀라며 향후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올 2분기 영업이익은 90조원 육박, 3분기부터는 100조원을 초과할 것"이라며 "분기 100조원의 영업이익 전망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은 극심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메모리의 실적 변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는 장기 공급 계약이 기다리고 있고, 풍부한 잉여현금흐름(FCF)를 기반으로 강력한 주주환원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이 지속 중"이라고 전했다.
증권가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의 '슈퍼 어닝 서프라이즈'에 목표주가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8만560원이지만, SK증권은 지난 8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4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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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권사가 추정치를 수정해 제시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26억6000억원, 417억1000억원이다. 올해 실적 추정치를 기존에 비해 60%가량 올려잡았다.
목표주가 36만원을 유지하고 있는 KB증권 역시 지난 8일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에 비해 2.% 올린 335조670억원으로 고쳤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실적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2.0배와 1.3배 수준에 그쳤다. 이는 인텔(2.1배, 2.0배), 마이크론(2.9배, 1.7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장주임에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조차 실적 증가 추세를 못 따라잡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사진=연합뉴스
오는 23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 역시 만만치 않다.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3조9476억원. 하지만, SK증권은 지난 8일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에 비해 29% 올린 39조8800억원으로 상향하면서 목표주가 200만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의 SK하이닉스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53조2650억원, 328조1990억원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증시 교란'은 실적이 아닌 '성과급'에 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노사 협상을 통해 기존 '기본급 1000%'로 묶여 있던 성과급 지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이 추산한 SK하이닉스 영업이익 447조원을 작년 직원수 3만4549명으로 나누면, 1인당 성과급이 12억9381만원으로 13억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호 외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사진=연합뉴스
그러자, 삼성전자 임직원이 술렁이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에 '연봉의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하고 반도체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노조가 반도체사업부(DS)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완제품사업부(DX) 직원들의 반발과 소외감은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노조 가입자의 77.9%는 DS 부문 소속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다른 주력 계열사이자 코스피 시총 7~8위 수준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도 OPI의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경영진은 SK하이닉스라는 '성과급 교란종'이 미워보일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성과급 논란에 발목을 잡히며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의 실적 타격은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에서는 단연 삼천당제약이 '교란종'이다. 이 회사는 먹는 비만·당뇨치료제 제네릭(복제약) 기대감으로 지난달 30일 장중 123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가 23만2500원이었으니 올해 들어 무려 430.32%나 상승한 셈이다.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도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미국 파트너사와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의 제네릭, 먹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오럴'의 제네릭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삼천당제약은 이 계약으로 마일스톤(단계별기술성과금) 1억 달러(약 1488억원)를 확보하고, 10년간 제품 판매 수익의 90%를 삼천당제약이 수령하는 조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고, 통상 5대 5인 수익 배분 조건도 이례적으로 회사 측에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한 블로거가 주가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 추세는 지속됐다. 이날 종가는 52만6000원으로 123만3000원에 비해 57.34% 폭락하며 '반토막'났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4위로 밀렸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장, 코스닥에 투자하는 ETF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ETF'가 아닌 '액티브 ETF'의 경우 그 회사와 운용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코스닥액티브'는 지난달 10일 상장 첫날만 해도 삼천당제약 비중이 6.27%였지만, 이날 0.45% 수준으로 비중을 빠르게 줄였다. 같은 날 상장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스닥액티브'는 같은 기간 삼천당제약 비중이 1.93%였지만, 이날 기준으로 0.68%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수익률에서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두 ETF는 지난달 27일 이후 이날까지 각각 주가가 11.37%, 3.51%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KoAct 코스닥액티브'가 선방한 모습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는 지난달 27일 삼천당제약 비중이 10.38%에 달했지만, 이날은 아예 없었다. 이 ETF는 지난달 27일 대비 이날 주가가 15.84% 떨어졌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코스닥150액티브'의 경우 지난달 27일 삼천당제약 비중이 2.21%였지만, 이날은 없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주가는 13.8%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닥150지수는 6.39% 내리는데 그쳤다.
한 증권유관기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삼천당제약과 같은 종목이 시총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장 운영 측면에서 부담이 있다"며 "차라리 이전에 셀트리온과 같은 종목이 시총 1위였으면 코스닥이 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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