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로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거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황기 영업이익에 연동된 거대한 성과급 지급 부담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미세공정 및 파운드리 전쟁에서 자금력 열세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경쟁사들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무서울 정도로 설비투자를 늘리는 와중에, 한국 기업들은 고정적인 보상 비용으로 수십조 원을 먼저 떼어내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탓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을 바짝 추격 중인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약 38조 원)로 전격 상향했다. 미국 뉴욕주 클레이 메가팹에 향후 20년간 최대 1,000억 달러를 쏟아붓는 등 생산 능력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파운드리 절대강자 대만 TSMC 역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약 85조 원)까지 끌어올리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생산 거점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이미 4조 7,0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역대급 호황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내년 초 무려 25조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년간 누적 성과급 추산치만 65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팹)을 3개 이상 지을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호황기에 벌어들인 현금을 불황기 방어벽이나 미래 투자 재원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소비해 버리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직관적인 영업이익 연동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일리가 있지만, 호황기에 벌어들인 현금이 미래 투자 재원으로 축적되지 못하는 현 구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깜깜이' 논란을 빚었던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대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처럼 기업 가치와 주주 수익률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투명하고 다각화된 보상 체계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열한 반도체 초격차 서사 속에서 K-반도체가 자본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가올 불황기의 치킨게임에서 자칫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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