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오늘 경기, 왜 이랬는지부터 돌아봐야죠.”
과정은 험난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마무리로 변신한 손주영(LG)이 낯선 마무리 보직의 압박감을 온몸으로 겪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자리서 경기를 끝까지 매조지하는 등 값진 경험을 더했다.
손주영은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에 이은 2연투. 지난 23∼24일 키움전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연투 상황이었다.
시작은 매끄럽지 않았다. 힘이 들어간 공은 원하는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안타와 볼넷이 겹치며 만루 위기까지 몰렸고, 결국 몸에 맞는 공으로 한 점을 내줬다. 나아가 한 방을 크게 허용할 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1이닝 동안 35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써냈다. 물론 깔끔한 세이브는 아니었다. 그러나 손주영은 끝내 추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힘입은 LG는 5-3으로 KIA를 꺾고 주말 3연전을 쓸어 담았다.
선수 본인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주영은 경기 뒤 “힘이 좀 들어갔다. 연투다 보니까 몸도 조금 힘들지 않았나 싶다”며 “본격적으로 승부하려고 했는데 제구가 안 됐다”고 돌아봤다. 자신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손주영은 “자신은 항상 있는데, 오늘은 공이 제대로 안 들어갔다”고 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성적만 보면 훌륭하다. 손주영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1승 1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 중이다. 다만 여전히 마무리는 익숙한 옷이 아니다. 2024, 2025시즌 선발투수로 활약, 20승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30경기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과 팔꿈치 부상이 겹치며 출발이 늦었다. 복귀 후에는 팀 사정상 불펜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기존 마무리 유영찬이 수술대에 오르면서 지난 13일부터는 클로저 임무까지 맡게 됐다.
선발과 마무리, 두 입장이 마주하는 만루 위기는 무게부터 다르다는 설명이다. 손주영은 “선발 때 만루는 뒤에 기회가 있지 않나. 그런데 마무리는 맞으면 끝이다. 그래서 확실히 더 힘이 들어가고 압박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긴장이 안 됐는데, 위기 상황이 되니까 긴장이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농담도 섞였다. 마무리로서 피할 수 없는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에 손주영은 “올해만 하고 그만하겠다. 안 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이날 9회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어렵게 버텨낸 경험은 둘도 없을 자산으로 남을 터. 손주영은 “사실 누가 와도 자신은 있다.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편”이라면서도 “오늘 왜 그랬는지, 심리적으로 뭐가 있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LG로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경기였다. 오스틴의 홈런과 톨허스트의 호투로 잡은 흐름이 9회 흔들릴 뻔했다. 손주영은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이걸 이어가야 하는데 망칠 뻔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선두 LG는 2위 KT의 추격을 받는 가운데 차주 원정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KT 상대 전적도 1승4패로 열세다.
클로저부터 각오를 되새긴다. 손주영은 “위닝시리즈를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