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볼이 건넨 ‘두 번째 삶’…황동기, 다시 삶을 굴리다
전국장애인체전 2관왕
2026년 09월 15일(화) 21:10
'제46회 전국장애인체전' 론볼 남자 B6 단식·복식 2관왕에 오른 황동기(왼쪽)와 김국현 감독.
“론볼은 저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해준 운동입니다.”
론볼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은 황동기(59·전남장애인체육회)가 지난 13일 제주 한림종합경기장 론볼장에서 열린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론볼 남자 단식과 복식 B6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욕창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메달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황동기는 “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다시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럼에도 감독님과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 함께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금메달을 딴 것 같다”고 말했다.
황동기가 론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5년째다.
도시가스 배관 작업 중 사고로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는 퇴원 후에도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끈 사람은 먼저 론볼을 시작한 친구이자 현재 론볼 감독인 김국현 감독이었다.
황동기는 “사고 후 집에서 오랫동안 은둔생활을 했다”며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운동과 대회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론볼을 시작한 뒤 전국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활이 정말 재미있어졌다”고 돌아봤다.
론볼은 ‘잔디 위의 컬링’으로 불리는 종목으로 선수들이 ‘잭’이라 불리는 작은 표적구를 향해 공을 굴린 뒤, 상대보다 잭 가까이에 공을 놓으면 점수를 얻는다.
공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굴러가면서 곡선을 그리는 데다 경기 도중 잭의 위치도 움직일 수 있어 세밀한 힘 조절과 전략이 필요하다.
황동기는 “처음에는 그저 공을 가까이 붙이면 되는 운동인 줄 알았지만 파고들수록 어렵다”며 “여러 개의 공이 놓인 상황에서 어느 공을 맞히고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알면 알수록 예민하고 까다로운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재미로 시작한 론볼은 어느새 황동기의 삶에서 가장 큰 목표가 됐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 론볼 남자 단식 B6 결승에서 중국의 쉬융강을 13-11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었다.
하지만 이후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고도 몸이 아파 국제대회 출전을 두 차례 포기해야 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는 론볼이 정식 종목에서 제외돼 타이틀을 지킬 기회도 얻지 못했다.
황동기는 “이번 일본 대회에서 론볼이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눈물이 날 만큼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2028년 세계선수권 출전을 새로운 목표로 국가대표 선발대회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미래에는 자신처럼 장애를 얻고 집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론볼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꿈도 품고 있다.
황동기는 “론볼은 나를 세상과 다시 이어준 운동이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 론볼을 시작하고 싶다고 하면 그동안 배운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글·사진=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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