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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십자각] ‘강북 전성시대’ 열기 위한 조건

올 3월부터 서울시를 출입하며 부동산 정책을 취재하게 되면서 서울시 조직도가 담긴 수첩을 받았다. 문득 처음 서울시를 출입했던 2014년 당시 쓰던 수첩을 찾아보게 됐다. 띠가 한 번 돌 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직도 속 서울시는 많이 달라졌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노후 저층 주거지 너머로 뉴타운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정혜진기자

올 3월부터 서울시를 출입하며 부동산 정책을 취재하게 되면서 서울시 조직도가 담긴 수첩을 받았다. 문득 처음 서울시를 출입했던 2014년 당시 쓰던 수첩을 찾아보게 됐다. 띠가 한 번 돌 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직도 속 서울시는 많이 달라졌다. 주택정책실의 양대 축 중 하나였던 주거재생정책국은 사라졌고 공동주택과 산하의 팀들은 정비사업 중심으로 개편됐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재생에서 개발로, 공급으로 이동했다.

두 기자수첩을 나란히 두고 다른그림찾기를 하던 중 공통의 단어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강북이었다. 2014년에는 ‘행복4구플랜추진단’이 있었고, 행복4구플랜은 성북·강북·노원·도봉구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지금은 ‘강북전성시대’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질문은 같다. ‘어떻게 강북을 다시 성장시킬 것인가’.

지난 10여 년 동안 강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도봉구 창동의 서울 아레나가 착공했고 청량리와 삼성역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사업이 정상화됐다. 800여 개 기업을 유치를 위한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와 광운대 역세권 복합 개발도 진행 중이다. 분명 과거보다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서도 종종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가보셨나요? 인프라만 짓는다고 일자리와 사람이 모여들 수 있을까요? 한 끗이 부족해요.”

그 한 끗이 무엇일까. 그동안의 균형발전은 인프라와 시설을 ‘나누는 것’에 가까웠다. 분배의 관점에서 특정 구나 동이 소외되지 않는 데 집중했다. 주택 공급도 빈틈마다 물량을 채우는 방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도시는 분산할 때보다 경제적 구심점을 만들 때 커진다. 판교 테크노밸리와 마곡산업단지 역시 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기업과 사람이 몰렸고 그 효과가 주변으로 확대됐다. 경기 남부의 반도체 벨트 확장으로 올 들어 동탄의 누적 집값 상승률이 11%를 웃돌아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이 가까운 사례다.

경제적 구심점을 위해 랜드마크 건립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미래를 그릴 경제적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시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2024년 문을 연 사업체는 도봉구가 2861곳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었고 강북구(3253곳)가 그 뒤를 이었다. 기업이 자생하고 또 다른 기업들이 모일 수 있을지, 어떤 이들이 이곳에서 미래를 꿈꾸게 할 것인지 ‘플랫폼’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올 들어 강북 지역에는 30대 실수요자들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 비중은 노원구가 60.6%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성북구(59.8%), 강북구(57.2%)가 뒤를 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선택을 ‘감당 가능한 집값’에서 찾는다. 하지만 다음 10년은 달랐으면 한다. 출퇴근에 왕복 두 시간을 쓰며 ‘갈아타기’를 기다리는 베드타운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고 창업하며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내 삶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유입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강북전성시대’라는 슬로건도 더 이상 필요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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