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팀 언행 국민적 공분
군 면제 도구 전락 비판, 정치권 합세
시민들 공감 속 '신중한 검토' 반응도
지난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군면제 인터뷰와 전역모 세리머니가 전국민적인 공분을 불러 일으키면서 병역 특례제도 폐지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국방부도 단계적 특례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데 이어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폐지 논의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병역특례 제도 53년만에 대대적인 손질을 사실상 예고하면서다.
6일 국방부는 아시안게임에서 불거진 병역 특례 언행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병역특례 대상의 단계적 감축과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빛나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그리고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궁극적으로는 예술·체육 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폐지를 포함해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국방부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행 병역법에서는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체육 분야의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분류해 보충역에 편입하게 하는데 이는 1973년 도입됐다. 수 차례 대상자와 복무 방식의 변화를 거쳐 현재는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며,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간 자기 분야에서 544시간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매번 아시안게임마다 병영특례에 대한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순수한 스포츠의 장이 아니라 사실상 합법적인 병역면탈 창구로 이용돼 왔다는 지적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당시 인지도가 낮은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인맥 축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으며 야구 대표팀에는 입대를 앞둔 선수들이 대거 발탁돼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3-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 축구대표팀의 부적절한 인터뷰와 세리머니로 인해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한 폐지 논의가 힘을 얻고 있으며 여야 정치인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역특례제 폐지는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병력 숫자가 절벽에 이른 상황인 만큼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대한민국을 대표해 얻은 영광을 개인의 ‘병역 탈출 성공담’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해당부처인 국방부와 법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실상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도 변화는 예고된 셈이다.
시민들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복자(56·여)씨는 “병역 특례 자체가 과거 국위선양 차원에서 해준 것인데, 올림픽이면 몰라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따는 것이 그리 어려워진 것은 아니건 같다”며 “특례를 악용해 선발전에 면제 대상만 넣는 종목도 있다고 들었다. 제도를 없애도 될 것 같다”고 병역특례 폐지에 찬성했다.
박모(31)씨는 “축구팀의 행동이 국방의 의무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군 면제 자체가 목적이 돼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국민 정서상 병역 특례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폐지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문서영(26·여)씨는 “병역 혜택이 선수 개인이 만든 제도도 아니고 국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받은 건데, 선수들의 말실수 때문에 제도 전체를 문제 삼는 건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론했다.
기아팬인 최모(41)씨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김도영의 금메달이 기쁘지만 이번 논란 때문에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어린선수들의 치기어린 발언으로 논란이 촉발됐는데 국회나 정부 모두 여론에만 휩쓸려 폐지만 논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숙고를 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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