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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출만 조인다고 집값 못 잡아”…월세 난민으로 내몰리는 청년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3억 원 제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주담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데다 KB국민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그 수요가 다른 은행과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 제공=노원구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3억 원 제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주담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데다 KB국민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그 수요가 다른 은행과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 폭을 1.5%로 묶은 총량 규제를 감안하면 해당 금융사들도 대출을 더 옥죌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부행장은 9일 “가계 여신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문턱을 높이면 나머지 은행들로 대출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며 “지방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다른 곳들도 대출 한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강도 높은 대출 규제는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주거 사다리를 끊는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공급 같은 여러 정책 조합 없이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수차례 증명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 투기지역에 있는 15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으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규제 1년 만에 13%, 2년 만에 32% 상승했다.

정진오 세무사와 정재호 목원대 교수가 2023년 발표한 ‘부동산정책이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조세정책과 금융정책 중심으로’ 논문에서도 2014~2021년 주택 시장을 분석한 결과 집값 상승기 규제 일변도 정책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거래량 감소 등으로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출을 막아 집을 사기 힘들면 전세로 살아야 하는데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전세 물량도 없어 월세로 내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 흐름을 바꿀 수 없는 만큼 월세 난민만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의 3억 원 규제는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더 강도가 세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월계한진한화그랑빌아파트 전용 59㎡(25평)는 이달 초 10억 6000만 원에 거래됐다. 주담대 최대 한도를 3억 원으로 제한한 KB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현금만 7억 6000만 원이 필요하다.

해당 아파트 동일 평형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이전인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7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여유가 있는 고소득 직장인이라면 담보인정비율(LTV) 70%에 해당하는 5억 53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불과 1년 만에 같은 아파트 구매에 필요한 자금이 2억 3700만 원에서 7억 6000만 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노원구가 아닌 다른 지역일 경우 필요 자금은 급격히 늘어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 3000만 원으로 서초구는 28억 3000만 원, 강남구는 28억 1000만 원에 달했다. 양천구(14억 8000만 원)와 마포구(14억 2000만 원)도 14억 원을 웃돈다. 양천구나 마포구에서 집을 사려면 취득세와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 거래 비용을 포함해 최소 현금 12억 원이 필요하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평균 매매가는 강북 14개 구가 11억 8000만 원, 강남 11개 구가 18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주식·코인 투자 수익 또는 부모 증여가 아니고선 집을 살 수 있는 길이 끊겼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대출을 조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연령층과 자산 상황에 따른 규제 차등화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는 “대출 한도가 차주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설정되면 소득이 안정적이지만 축적된 자산이 많지 않은 가구의 주택금융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며 “주택 공급 확대 성과가 나타나면 DSR 등 상환 능력 기반의 대출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7.1% 성장한 만큼 대출 총량 목표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당분간 규제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사들에 선제적인 관리 노력을 요구했다. 일부 기업에서 제공하는 사내 대출에 대해서도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 상환, 다주택자·고가주택·주택면적 제한 등 자율적 관리를 요구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전월세와 매매 가격이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에서 대출 규제로 국민들의 주거비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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