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선거연합의 균열
이재명 대통령과 범여권 5인의 거리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힘을 모았던 범여권 핵심 인사들과 이 대통령 사이의 정치적 거리는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시점에 상당히 벌어진 모습이다. 추미애 경기지사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들이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게 된 이유는 제각각이다. 차기 대권을 향한 포석과 당내 정치적 입지 확보, 개혁 노선의 선명성 부각, 진보 진영 내 영향력 유지 등 저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집권 이후 노선과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은 있었지만, 이재명 정부에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선거연합 내부의 균열 조짐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맞물려 나타났다는 점이 특이하다. 중앙SUNDAY가 범여권 현역 의원 10인의 목소리를 들어 각자의 정치적 셈법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정, 전대 전 청와대의 모욕적 방식에 반발”
추미애 경기지사 - 검찰개혁 충돌, 경기도 재정 갈등
최근 이 대통령과 가장 뚜렷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은 추 지사다. 6선 의원 출신인 추 지사는 2022·2025년 대선에서 각각 선대위원장직을 맡아 이 대통령을 도왔지만, 최근에는 검찰 출신인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공개 비판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추 지사가 경기도의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것은 야권이 이재명·김동연 전 지사 시절의 재정 운용을 문제 삼는 디딤돌이 됐다.
이를 두고 친명계에선 ‘해당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며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추 지사가 여권 내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지용 후보자 인선 비판의 경우엔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충돌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문제의식이라는 해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과거 친윤 세력과의 갈등 과정에서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강해, 지금도 그에 따른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추 지사가 다른 검사장 출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추 지사의 행보를 차기 대권 도전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기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원래 팀워크가 강점인 분은 아니지 않으냐”며 “다음 대선 경선에 나서기 위해 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지금부터 강하게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지사직이 대권으로 향하는 ‘꽃길’이 될지는 미지수다. 친명계 의원은 “경기지사가 대권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도정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며 “자칫 정치적 ‘늪’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 당권 경쟁 이후 긴장 관계
추 지사에 앞서 이 대통령과 이른바 ‘명·청 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돌했던 인물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다. 이 대통령 집권 이후 첫 여당 대표를 지낸 정 전 대표는 1인 1표제와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추진하며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난 8·17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이 대통령과의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당초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청와대가 모욕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정리하려 한다고 받아들이면서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이라며 “‘청와대가 나에게 칼을 뽑았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6·3 지방선거 이후 정 전 대표를 겨냥한 책임론이 불거진 와중에 대통령 순방 환송 행사에 정 전 대표가 초청받지 못했고 친명계를 중심으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최근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네 시간가량 단독 만찬을 가진 걸 두고 관계 회복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김민석 대표 등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 대표의 위기는 (정 전 대표) 본인에겐 기회이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권력을 찾으리라며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 독자 세력화 속 범여권 주도권 갈등 잠재
친문 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과 충돌하며 독자적인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조 전 대표는 수감 중이었지만, 조국혁신당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선거 지원에 나섰다. 이 대통령도 취임 후 첫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조 전 대표를 포함하며 범여권 연대 기조를 이어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는 지난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거치며 균열이 드러났다. 조국혁신당의 한 의원은 “조 전 대표가 부산 선거에 나서려 하자 민주당 지도부에서 출마를 만류했다”며 “그렇다면 평택에 출마했을 때라도 서로 배려해야 했는데, 민주당이 김용남 의원을 공천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했다.
범여권에선 지난 1월 정청래 전 대표가 제안했다가 무산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문제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이 수도권을 포함해 독자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의 의석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합당 이후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친명계 의원은 “합당이 이뤄지면 조 전 대표가 친명계를 제외한 친노·친문 지지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추미애 지사 등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김, 자신들 생각과 다른 대통령 못마땅”
김어준 방송인 - 강성 지지층 대상 메시지 경쟁
당 밖에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달라진 행보가 주목된다. 오랫동안 친노·친문 진영의 주요 스피커로 활동하며 범여권 지지층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두 사람은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놓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사랑의 시기는 끝났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포함해 대통령과 동지·우정의 관계를 유지하며 조언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2일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을 두고 “우리가 생각한 검찰개혁,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 국정운영 방향과 진보 진영 내 노선 이견
여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진보 진영 내에서 쌓아온 영향력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두 사람의 입장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을 해온 입장에서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등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추진하는 게 못마땅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잘못돼야 자신들의 예측이 맞고 영향력이 확인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김씨의 유튜브 구독자가 늘어난 점을 거론하며 “이들 입장에서는 한동훈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두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정권 재창출에 대한 절박함이 이 대통령 본인만큼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과 이 대통령 사이에 벌어진 틈이 다시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범여권에서 아직 압도적인 차기 주자가 부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주도하는 판이란 해석도 있다. 이때 결국 중요한 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결국 이 대통령 본인이 지지율을 회복하면 해결될 일”이라면서도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지지층 이탈이 나타나고 서울의 보수화까지 본격화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이 장기화하면 대통령은 훨씬 더 취약한 정치적 구조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신수민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