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재정 악화에 인구 고령화
부채 늘어 다른 분야 투자 위축
제도 지속 가능성 의문, 분노로
연금재정 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분노는 대규모 유럽 시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많은 유럽인들이 급여의 절반가량을 국가에 내는 대신 60대 이후 비교적 넉넉한 연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이러한 사회적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재정이 악화하고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국가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프랑스에서 두드러진다.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으로 62세에 은퇴해 과거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적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난과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면서 기존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마리 카롱(61)은 연금을 받을 때까지 노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63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감액 없이 전액을 받으려면 66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령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으려는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카롱은 올해 본 일곱 번의 면접에서 모두 탈락했다. 카롱은 “나는 이 제도에 엄청난 금액을 내왔고, 그에 걸맞은 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그런데 결국 거리로 내몰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도 연금재정 위기는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파리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리아나 시드아메드(19)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에 작동했던 모델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내가 은퇴할 때쯤이면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연금재정을 뒷받침할 노동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다수 유럽 국가들은 현재 일하는 이들이 내는 연금보험료로 은퇴자의 연금을 충당하는 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지출을 충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국가 예산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국가부채와 차입 비용을 늘리고 국방·인프라·교육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연금개혁에 나섰다. 2010~2015년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 당시 차입 비용이 급등하자 이탈리아는 정년을 높였고, 스페인은 연금 지급액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과거 임금의 기간을 늘리는 등 조치에 나섰다. 그리스는 연금을 최대 40% 삭감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거센 사회적 반발로 연금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23년 법정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법안을 추진하자 수개월간 대대적인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