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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구논단] 청년의 글로벌 무대, 이제 바다 위에서 열린다

청년 일자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너무 자주 지역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한다.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가, 어떤 지원금을 줄 것인가, 어떤 정주 여건을 만들 것인가를 반복해서 묻는다. 물론 모두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에게 일자리란 단순히 한 지역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대구논단] 청년의 글로벌 무대, 이제 바다 위에서 열린다

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청년 일자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너무 자주 지역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한다.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가, 어떤 지원금을 줄 것인가, 어떤 정주 여건을 만들 것인가를 반복해서 묻는다. 물론 모두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에게 일자리란 단순히 한 지역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역량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국제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루즈 승무원은 단순히 배 위에서 일하는 서비스직이 아니다. 크루즈선은 바다 위의 호텔이자 리조트이며, 식음료, 객실, 고객응대, 안전관리, 엔터테인먼트, 다문화 커뮤니케이션이 결합된 복합 관광환대산업의 현장이다. 세계 각국의 승객과 동료를 만나고, 정해진 매뉴얼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은 청년에게 강도 높은 글로벌 실무훈련이 된다. 이 분야는 갑자기 등장한 유행성 해외취업도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크루즈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왔다. 정부가 과거부터 크루즈 승무원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루즈산업은 단순 관광상품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와 글로벌 해양관광 인재 양성의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산업의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CLIA)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크루즈 승객 수는 3천72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도 2025년 여행·관광산업이 전 세계 3억 6천600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관광환대산업은 코로나 이후 사라지는 산업이 아니라 회복을 넘어 다시 성장하는 산업이다. 중요한 것은 이 성장의 기회를 한국 청년이 어떻게 자신의 경력으로 연결하느냐이다. 국내 취업시장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 청년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대구의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도 대구가 싫어서만은 아니다. 더 넓은 시장, 더 다양한 경험, 더 빠른 성장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청년정책은 청년을 무조건 붙잡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에서 준비하고, 세계에서 경험하고, 다시 지역과 연결되는 순환형 글로벌 커리어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필자는 국제 크루즈 채용전문기관과 말레이시아 현지 교육기관과 협력해 한국 청년과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글로벌 취업 경로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민간 채용 알선만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한국에서 준비한 청년이 말레이시아 등 현지 교육과 글로벌 선사 채용 절차를 거쳐 세계 관광환대산업으로 진출하는 구조이며, 동시에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새로운 국제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이미 25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이들을 단순히 한국 대학의 재학생이나 등록금 수입원으로만 볼 수 없다. 이들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인재 풀이다. 한국 청년과 외국인 유학생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세계로 나가는 모델은 앞으로 지역 대학과 청년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물론 국제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길이 모든 청년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선상 생활을 해야 하고, 영어와 체력, 서비스 마인드, 문화 적응력이 필요하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며, 계약 기반의 근무 환경에도 적응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정확한 정보 제공, 직무 이해, 사전 교육, 영어 역량 강화, 면접 준비, 출국 전·후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취업은 꿈만으로 갈 수 없고, 준비 없이 가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대구와 한국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이제 국내 일자리 알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된 자리 하나만이 아니다. 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역량을 만들 기회다. 국제 크루즈 산업은 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무대 중 하나다. 청년이 지역에서 준비하고, 세계에서 성장하고, 다시 지역과 연결될 수 있다면 그것은 유출이 아니라 확장이다. 청년의 무대는 더 이상 지역 안에만 있지 않다. 항공, 호텔, 크루즈, 관광, 서비스 산업이 연결되는 시대에 청년의 경력도 국경을 넘어 설계되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청년에게 “지역에 남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청년의 글로벌 무대는 이미 열리고 있다. 그 무대가 바다 위에 있다면, 우리는 그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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