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해상 사건 근로자 승소 원심 파기 환송
“외부 요인 영향 커 근로 대가로 보기 어려워”
성과급 지급률 0%~716% 변동…근로와 비례성 부정
SK하이닉스·LX글라스도 동일 취지 판단 이어져
삼성전자 PI는 예외 인정…성과급 구조 따라 판단 갈려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사진=강민규 기자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급된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잇따르면서 성과급의 임금성 판단 기준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급 구조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기업 이익과 연동된 성과급은 임금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방향이 명확해지는 양상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2월 2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당기순이익에 연동해 지급된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우선 성과급 지급률의 극단적인 변동성에 주목했다.
현대해상의 경영성과급은 수년간 지급률이 연간 상여 기준 대비 0%에서 716%까지 크게 변동했는데, 이는 근로자의 근로 제공 정도와 비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동일한 노동을 제공했음에도 지급률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성과급이 근로의 직접적인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더 나아가 당기순이익이라는 지표 자체의 성격에도 주목했다.
당기순이익은 근로자의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 금리, 투자 환경, 보험 손해율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표다.
따라서 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근로의 양과 질이 아니라 외부 경제 환경에 좌우되는 구조라면, 이를 임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성과급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연동된 대가가 아니라, 기업 성과에 대한 사후 분배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대법원 판단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은 같은 달 선고된 SK하이닉스 사건과 LX글라스 사건에서도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해당성을 부정했다.
기업 실적과 연동되는 성과급은 근로 대가성과 직접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모든 성과급을 일률적으로 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성과급의 구조와 산정 방식에 따라서는 임금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6년 1월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서로 다른 두 유형의 성과급에 대해 상반된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성과 인센티브(PS)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부정했지만, 목표달성형 인센티브(PI)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인정했다.
PI는 사업부문별 재무성과와 전략 과제 이행 정도, 평가등급 등을 기준으로 지급률이 0%에서 100% 범위 내에서 사전에 정해지는 구조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급 범위가 일정하게 예정돼 있고, 평가 요소 역시 근로 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봤다.
따라서 단순한 이익 분배가 아니라 근로 성과에 대한 사후 정산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현대해상 사건의 성과급 구조는 이와 본질적으로 달랐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된 제도는 당기순이익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었고, 초과 이익 규모에 따라 지급률이 최대 700% 이상까지 확대되는 구조였다.
지급 기준도 매년 변경됐으며, 2009년 이후에는 노사 합의 없이 회사가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이처럼 지급 여부와 규모가 기업 이익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사전 예측 가능성이 낮은 구조에서는 근로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1심과 항소심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하급심은 해당 성과급이 매년 반복적으로 지급되면서 관행이 형성됐고, 경영 실적 역시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 임금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연간 임금 총액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뒤집고, 성과급의 ‘구조와 결정 방식’을 중심으로 임금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재확인했다.
이번 판결로 성과급 관련 임금 분쟁에서 판단 기준은 한층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지급 기준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지 ▲근로 성과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지급 규모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인지 여부다.
기업 이익이나 외부 환경에 크게 좌우되는 성과급은 임금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향후 기업 보상 체계 설계와 노동 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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