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갈등 완화 기대 속 위험자산 선호 심리 강화
-끈적한 인플레이션·둔화하는 성장률 속에서도 빅테크·임의소비주 강세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뉴욕증시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휴전 협상 추진 소식에 안도감을 반영하며 강세로 마감했다.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둔화된 성장률이라는 상반된 지표 속에서도 투자심리는 비교적 견조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75.88포인트(0.58%) 오른 48,185.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1.85포인트(0.62%) 상승한 6,824.6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87.42포인트(0.83%) 뛴 22,822.42를 기록했다.
시장은 이란과의 2주간 휴전 합의 이후에도 레바논을 공격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던 이스라엘이 태도를 일부 누그러뜨린 데 주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레바논 측이 지속적으로 직접 협상을 요구해온 점을 고려해 어제 내각에 가능한 한 빨리 협상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며 “협상은 헤즈볼라 무장 해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평화 관계 정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며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앞서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은 휴전 대상이 아니라며 공습을 이어가 시장 불안을 키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격 자제를 요구한 가운데 나온 네타냐후의 성명은 국제사회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스라엘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을 상대로 한 별도 성명에서 “레바논엔 휴전이 없다”며 “강력한 힘으로 헤즈볼라를 계속 타격하고 있다”고 말해, 실제 휴전 의지보다는 전술적 발언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레바논과의 타협 의사가 크지 않고, 이란과의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릭 웨델 RFG어드바이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휴전이 있고 양측이 이에 동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며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모든 것을 다시 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공급 충격도 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완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경제 지표는 엇갈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월 기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1월과 같은 상승률로, 시장 예상치와도 일치했다. 전 품목 기준 PCE 가격지수 역시 0.4% 올라 1월(0.3%)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PCE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은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장률은 둔화 조짐이 뚜렷했다.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계절조정 연율 기준 전분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와 잠정치였던 0.7%를 밑돈 수치다. 직전 분기인 3분기 성장률 4.4%와 비교하면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꺾인 셈이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섹터가 1% 넘게 하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와 함께 유가 변동성 축소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기 민감 업종인 임의소비재는 2% 이상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산업주도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아마존은 5.6% 급등했다. 연례 주주 서한에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메타 플랫폼스도 자체 AI 모델 공개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며 2.6%가량 상승했다.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의 완만한 완화 전환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25bp(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25%로 가격에 반영했다. 전날 20.2%에서 소폭 오른 수준이다.
시장 변동성은 진정되는 모습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1.55포인트(7.37%) 하락한 19.49를 기록,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중동 정세와 인플레이션 경로, 성장 둔화 속도가 향후 증시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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