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 M16./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2026년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역사를 새로 쓰는 '경이로운' 성적표를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슈퍼 사이클'의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에서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크게 따돌리며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을 재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3일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98.1%, 영업이익은 무려 405.5% 급증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기록했던 사상 최대 영업이익(19조 1700억원)을 단 3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갈아치웠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72%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다. 100원어치 물건을 팔아 72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이는 같은 기간 58.1%를 기록한 TSMC를 압도하는 수치로, 업계에선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선 수익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 전망치였던 36조4000억원을 상회한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가 앞서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 57조원과 합산할 경우, 국내 반도체 양사가 3개월간 벌어들인 이익만 95조원에 육박한다.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 공신은 단연 AI향 메모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인 HBM3E 공급을 본격화하며 이익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번 분기 실적 성장의 특징은 HBM뿐만 아니라 DDR5, 낸드플래시 등 범용 제품군까지 동반 상승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1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최신 규격인 DDR5의 가격이 HBM3E를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구축이 급증하면서 고성능 범용 D램 수요가 폭발했지만, 주요 제조사들이 HBM 생산 라인 비중을 높이면서 일반 D램 공급이 극도로 제한됐다"며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의 반등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AI 워크로드가 기존 '학습' 위주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을 포함한 SK그룹의 낸드 점유율은 20%대를 상회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업계에선 이번 실적이 단기적인 고점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요구되는 메모리의 용량과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 내장 AI) 시장이 개화하며 스마트폰과 PC용 메모리 교체 수요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15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고객사의 구매 관망세 전환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E 등 차세대 제품의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DDR5와 고용량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AI 시대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 공급자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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