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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뉴(NEW) 희망의시대] 3상 성공·FDA 재도전…'K신약' 새 국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개발에서는 대형 기술 수출과 후기 임상 진전, 미국 허가·임상 제동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23억 달러(약 3조 1765억원)짜리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 다른 쪽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완요구서한이 날아들었다.

[뉴(NEW) 희망의시대] 3상 성공·FDA 재도전…'K신약' 새 국면

대웅·종근당 글로벌 임상 주목…한미·JW 성과 속 HLB·SK바이오팜 규제 변수

[편집자주] 정치·공공 부문부터 우주·반도체·철강·자동차·금융·바이오·게임·유통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정치와 공공 부문 혁신을 추진하고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과 기술 패권에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자산, 우주 산업, K신약 등 미래 먹거리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간한국은 창간 62주년을 맞아 ‘뉴(NEW) 희망의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올해 대형 기술수출과 후기 임상 진전이 이어진 한편 미국 허가 보완과 임상 보류 등 규제 변수도 나타났다. 사진은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을 하는 모습. 사진=대웅제약

[주간한국 신은주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개발에서는 대형 기술 수출과 후기 임상 진전, 미국 허가·임상 제동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23억 달러(약 3조 1765억원)짜리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 다른 쪽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완요구서한이 날아들었다. 임상 3상에서 기존 약보다 높은 반응률을 확인한 약이 있는가 하면, 큰돈을 들여 도입하자마자 임상이 잠시 멈춘 약도 나왔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은 지난달 한국을 제외한 세계 개발·판매 권리를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23억 달러에 이전했다. 지방은 줄이면서 근육량과 근기능은 지키는 약을 목표로 하지만, 현재 미국 임상 1상 단계여서 사람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JW중외제약의 통풍치료제 ‘에파미뉴라드’는 상용화에 한 발 다가섰다. 아시아 5개국 환자 612명을 대상으로 한 3상에서 주력 용량인 6㎎ 투여군의 절반이 목표 혈중 요산 수치에 도달했다. 페북소스타트 40㎎ 투여군보다 12.0%포인트 높았다. 회사는 내년 국내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속도는 곧 사업성이기도 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일반적으로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출시 뒤 실질적으로 남는 특허 보호 기간이 줄어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은 지난 7월 FDA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을 받았다.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함께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으려 했지만 항서제약 제조 시설의 제조·품질 관리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SK바이오팜이 미국 바이오헤이븐에서 도입하기로 한 뇌전증 후보물질 ‘오파칼림’도 FDA의 부분 임상 보류로 제동이 걸렸다. 오파칼림의 특정 대사체를 쥐에 투여한 비임상 독성시험에서 독성 소견이 나타나자, FDA가 이 현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지 확인할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다. 이에 임상 2·3상 중 아직 환자 모집이 끝나지 않은 ‘RISE2’ 시험은 신규 환자 등록이 일시 중단됐지만, 이미 모집을 마친 ‘RISE3’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등록된 환자의 투약도 계속된다. SK바이오팜은 보류 해제 뒤 거래를 마무리하기로 해 4억 달러(약 5528억원)의 선급금도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두 사례는 효능과 별개로 제조·규제 대응이 개발 일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 원장은 글로벌 개발의 일반적인 어려움에 대해 “비용 차이뿐 아니라 현지 규제기관과의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며 “현지 법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성과와 시행착오 뒤에는 다음 결과를 기다리는 후보들이 있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신약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 국내 시장만으로 이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신약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중 대웅제약의 ‘베르시포로신’은 치료제가 많지 않은 특발성 폐섬유증에 도전한다. 폐 조직에 흉터가 쌓여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숨을 쉬어도 산소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한번 생긴 섬유화는 되돌리기 어렵다.

현재 사용하는 닌테다닙과 피르페니돈은 병의 진행을 늦추지만 설사와 메스꺼움, 간 기능 이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굳은 폐를 원래대로 돌리는 약도 아니다. 새 약은 폐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더 늦추면서 장기간 복용할 만한 안전성을 보여줘야 한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는 ‘프롤릴-tRNA 합성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콜라겐은 상처를 메우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지만 폐 안에서 지나치게 쌓이면 정상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베르시포로신은 이 과잉 생산 단계에 개입한다. 기존 항섬유화제와 작용 방식이 달라 단독 투여뿐 아니라 기존 약과 함께 쓰는 방법도 시험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한 글로벌 2상의 환자 모집을 마쳤고, 내년 1분기 결과 확보를 목표로 한다. 먼저 볼 숫자는 노력성폐활량이다.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뒤 내쉴 수 있는 공기의 양으로, 폐섬유증이 진행될수록 줄어든다. 투여군의 감소 폭이 작아야 폐 기능 저하를 늦췄다는 근거가 생긴다.

결과가 좋으면 글로벌 3상과 해외 기술 수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뚜렷한 차이를 만들지 못하거나 기존 약과 병용할 때 부작용이 커지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 교수는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후보물질이라면 개발 초기부터 해당 시장의 임상·허가 기준을 염두에 둬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에서 동시에 진행한 이번 2상의 무게가 큰 이유다.

종근당의 ‘CKD-510’은 국내 기업이 발굴한 물질이 글로벌 제약사의 손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종근당은 2023년 선택적 HDAC6 저해제인 CKD-510을 노바티스에 기술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3억 500만 달러(약 1조 8039억원), 계약금은 8000만 달러(약 1106억원)다. 국내 권리는 종근당이 보유하고 해외 개발은 노바티스가 맡았다.

HDAC6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 운반과 염증 반응 등에 관여한다. 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세포 내부의 미세소관을 안정시키고 비정상적인 신호를 바로잡는 것이 목표다. 종근당은 당초 희귀 신경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등을 염두에 뒀지만, 노바티스는 도입 뒤 심방세동으로 개발 범위를 넓혔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방인 심방이 제멋대로 떨면서 맥박이 흐트러지는 질환이다.

노바티스가 ‘PKN605’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2상은 약 165명의 심방세동 환자에게 24주 동안 약을 투여한다. 심전도 한 번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가 아니라 전체 관찰 기간 중 심방세동이 나타난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본다. 진료실에서 잰 순간의 심전도가 정상이어도 불규칙한 박동은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진행하며 내년 9월 완료가 예상된다.

노바티스는 PKN605를 신장질환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심장 리듬과 신장 손상이라는 다른 질환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CKD-510은 한 질환용 후보를 넘어설 수 있다. 종근당에는 후속 임상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와 국내 개발 전략이 다음 관심사다.

신은주 기자 ejshi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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