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8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매달 내는 월세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이뤄진 임대차 거래 10건 중 7건은 월세 거래가 차지하면서 월 300만 원 이상의 고액 월세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로 불리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주거 벨트에서도 월 300만 원 이상 임대차 거래가 속속 등장하면서 고액 월세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거래된 월 300만 원 이상의 아파트 월세 계약 건수는 6570건으로 전년 동기 체결된 계약건수(5988건) 대비 9.7% 늘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전통적 고가 월세 지역의 거래가 3896건으로 전년 동기(3899건)에 비해 소폭 줄어든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고액 월세 거래는 크게 늘었다.
일례로 마포구의 경우 월 300만 원 이상 임대차 거래가 전년 동기 325건에서 올해 459건으로 40% 이상 뛰었고, 강동구(67건→148건)와 동작구(47건→95건)도 각각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노도강’과 ‘금관구’ 등 서울 외곽의 주거 벨트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올 들어 이날까지 노원·도봉·강북구에서 체결된 300만 원 이상 월세 계약은 1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금천·관악·구로구 역시 같은 기간 9건에서 21건으로 133%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전세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이 뛰고 월세 가격도 따라 오르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2월부터 84주 연속 상승했고 올해 누적 상승률만 7.79%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1.66%)의 약 4.7배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역시 8월 164만 원(보증금 평균 1억 9565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전년과 비교해 보증금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월세만 144만 원에서 약 14% 껑충 뛰었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신축 매물 부족이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한다. 강북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신축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전용 84㎡ 기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 250만~300만 원 선으로 시세가 형성됐다”며 “당시 같은 평형 전세가 7억~8억 원을 웃돌았고 지금은 9억 원까지 오른 상황에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이 고액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청량리 재개발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며 전용 84㎡ 기준 전세가가 10억 원을 넘어섰다”라며 “그마저도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고액 월세도 감수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동대문구의 전세 매물은 315건으로 연초 671건 대비 53% 급감했다. 이에 따라 동대문구에서 월 300만 원 이상 지출하는 고액 월세 거래는 지난해 53건에서 92건으로 73% 늘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이 2028년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월세값 상승세는 당분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3만 7103가구에서 올해 2만 5281가구, 내년 1만 8682가구, 2028년 1만 3683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월세난이 가속화하며 갱신 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정부의 실거주자 중심의 정책도 현장의 임대차 매물을 급감하게 만드는 촉매제로 꼽힌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119만 가구의 공적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지만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청년 월세지원 등의 정책이 당장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공급이 제한된 시장에서 한시 소액 지원은 체감 대비 큰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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