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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떠나는 ‘전업주부’ 모델의 입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맞벌이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일을 이어가려는 여성도 늘면서 가구 구조가 바뀌는 모양새다.
7일 일본 인재서비스 기업 마이나비에 따르면 지난 5월 20~50대 전업주부 1546명을 대상으로 퇴직 경위와 재취업 의향을 파악한 결과, 전업주부가 되기 전 직장 경험이 있는 1473명 가운데 42.1%는 퇴직 당시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만두고 싶었다”는 응답은 34.5%였다.
퇴직 사유는 임신 21.2%, 결혼 19.9%, 본인 건강 악화 16.9%, 육아 전념 14.7% 순이었다. 응답자 상당수가 처음부터 퇴직을 원했다기보다 결혼·출산 시기에 경력이 끊긴 셈이다. 다만 이 조사는 현재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했고 과거를 돌아본 응답이어서 일본 여성 전체의 경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가구 구조 변화는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가 정리한 총무성 ‘노동력조사’ 자료를 보면 2024년 맞벌이 가구(부부 모두 비농림업 고용자)는 1300만 가구로 전년보다 22만 가구 늘었다. 남편이 고용자이고 아내가 비취업자인 전업주부 가구는 508만 가구로 9만 가구 줄었다. 맞벌이 가구는 1997년 이후 전업주부 가구를 계속 웃돌고 있다.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억4249만엔으로 1년 전보다 9.1% 올랐다. 수도권 평균은 1억135만엔으로 반기 기준 처음 1억엔을 넘었다. 외벌이로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맞벌이 증가세는 집값 급등 이전부터 이어져 온 만큼, 주거비는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의 하나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여성의 인식도 달라졌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1년 출생동향기본조사에서 18~34세 미혼 여성이 이상으로 꼽은 삶의 방식은 결혼·출산 뒤에도 일하는 ‘양립’ 코스가 34.0%로 처음 가장 많았다. ‘전업주부’ 코스를 이상으로 꼽은 비율은 줄었고, 자신의 미래로 전업주부를 예상한 응답은 3.6%로 가장 적었다.
결혼하지 않고 일하는 ‘비혼 취업’을 예상한 응답은 33.3%로 가장 많았다. 이를 경력을 위한 결혼 포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거비와 생활비, 가사·육아 분담, 배우자 전근, 장시간 노동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이나비 조사에서도 이런 사정이 드러났다. 둘째 아이를 맡길 곳이 있었다면 복직했을 것이라는 응답, 배우자 전근이 없었다면 일을 이어갔을 것이라는 응답, 늦은 시간 근무 면제나 유연한 재택근무가 가능했다면 퇴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취업을 희망하는 전업주부의 25.2%는 취업 시점을 3년 이상 뒤로 잡았다. 이들은 아이의 갑작스러운 병이나 호출, 한쪽에 쏠린 가사·육아 부담을 걸림돌로 꼽았다.
생활비 상승과 경력 지속 의지가 맞물려 맞벌이가 일반적인 형태가 됐지만 직장과 가정의 구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사회가 ‘전업주부의 나라’에서 ‘맞벌이가 기본인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 간극을 줄이는 일이 새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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