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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낡은 세제에 자치 발목… 부자 국가, 가난한 지방 [‘속 빈 강정’ 지방자치·(1)]

매년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1987년 10월 29일 헌법 개정으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것을 기념해, 이날을 지방자치의 날로 정했다.

경기도 40조 예산중 가용재원 1.5조

정부 재정 분권 의지와 현실 괴리감

세수 절반 취득세… 안정성 떨어져

지방소비세율 상향 조정도 ‘가시밭’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6.9.29 /경기도 제공

매년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1987년 10월 29일 헌법 개정으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것을 기념해, 이날을 지방자치의 날로 정했다. 지역의 일은 지역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주민의 목소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한 게 지방자치의 취지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언뜻 지방정부·의회의 몸집이 커진 듯 보여도 재정과 권한은 그에 비례해 성장하지 않아 ‘속 빈 강정’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게 현 주소다. 경인일보는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의회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짚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내년도 예산안이 총지출 820조를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16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난 극복을 위해 내년도 본예산에 자신의 공약 사업에 필요한 신규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을 감행한 데 대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 820조… 162조 ‘미래기금’ 신설

내년도 예산안이 총지출 820조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16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미래 성장동력 등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100조원이 넘는 지출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

https://www.kyeongin.com/article/1770062

추미애, 도의회서 추경 설득 “공약 사업도 미편성… 재정 회복 마지막 기회”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 재정난 극복을 위해 내년도 본예산에 자신의 공약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을 감행한 데 대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도의회에 협치를 제안했다. 추 지사는 1일 경

https://www.kyeongin.com/article/1770029

위 두 내용은 경인일보 9월 2일자 1면에 나란히 실린 기사다. 반도체 산업 호황 여파로 정부가 역대급 ‘슈퍼 예산’을 편성한 날,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재정난으로 5천500억원대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음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정과제에 ‘지방재정 확충으로 자치재정권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담았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 수준으로 높임으로써 지방의 자주 재원을 확충해, 실질적 재정 분권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장 경기도 상황만 봐도 재정 분권은 요원하다. 한 해 예산 규모가 40조원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경기도에서 내년에 쓸 수 있는 가용재원, 다시 말해 도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조5천억원 남짓일 것으로 추산된다. 5%가 채 되지 않는다. 시·군, 도교육청 등에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비, 정부 사업 추진을 위해 분담해야 하는 비용 등이 40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산 규모는 큰데 쓸 수 있는 돈은 턱없이 적은, 모순적 구조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10.28 /연합뉴스

세금 수입 전망이 갈수록 나빠져, 그나마도 가용재원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도 가용재원은 3조5천억원가량이었다. 내년엔 여기에서 2조원 가까이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곧 도가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사업,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방자치 역사가 30년을 넘겼지만, 재정난에 도의 ‘자치’는 대폭 위축돼 멈춰 서다시피 할 처지다.

비단 경기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나라는 부자인데, 지방은 가난하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경기도는 지방정부들의 성장세에 걸맞지 않은 낡은 세제가 제대로 된 자치 실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만 해도 세수 절반을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는데, 특성상 부동산 경기 흐름에 크게 좌우돼 재정 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최근 몇년 간 도 재정이 어려움을 겪고, 그에 따라 지역 실정에 맞는 각종 사업들을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위축됐다. 이에 지방소비세율을 부가가치세의 25.3%에서 40%대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견이 제기되는 등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도가 도 재정을 온전히 운용할 수 있어야 지방자치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관계자는 “예산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역설적이게도 도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기정·마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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