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수도권 주민의 소변에서 대표적인 녹조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낙동강과 수도권 주민의 소변에서 대표적인 녹조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사회는 녹조 문제가 단순한 수질관리를 넘어 인체 노출과 환경보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11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녹조독소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도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는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 저수지 인근 주민 등 93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이 1·2차 조사에서 확보한 사람-차수별 소변 시료 150건을 분석한 결과, 29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전체 검출률은 19.3%다.
1차 조사에서는 87건 가운데 19건(21.8%), 2차 조사에서는 63건 가운데 10건(15.9%)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다.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MC-LR, MC-YR, MC-RR 등 3종이었다. 일부 시료에서는 두 종류 이상의 변이체가 함께 검출돼 변이체별 검출 건수는 총 3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MC-LR이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MC-YR 8건, MC-RR 2건 순이었다.
MC-LR은 대표적인 간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MC-LR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Group 2B로 분류하고 있다.
소변 환산농도는 MC-LR 0.75~3.65ppb, MC-YR 1.10~23.63ppb, MC-RR 1.21~2.33ppb 범위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 사람의 소변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기준으로 건강 위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이번 결과를 개별 농도의 높고 낮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신 주민의 생체시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실제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낙동강 유역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검출 사례가 확인됐다.
경기도권에서는 소변 시료 60건 중 12건(20.0%), 낙동강권에서는 90건 중 17건(18.9%)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수계 유형별로는 하천·낙동강권에서 79건 중 16건(20.3%), 호수·저수지 주변에서는 71건 중 13건(18.3%)이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고령·대구·부산·창녕·창원 등 낙동강 유역뿐 아니라 수원·의왕·평택 등 수도권 조사 지역에서도 검출 사례가 나타났다.
시민사회와 연구진은 이번 조사만으로 지역별 녹조독소 노출 수준이나 건강 영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낙동강권과 수도권, 하천과 호수·저수지 주변에서 모두 검출 사례가 확인된 만큼 녹조독소의 인체 노출 가능성을 특정 수계에 국한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환경보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했다. 이승준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과 교수는 조사 방법과 결과를 발표했으며,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사 결과의 정책적 의미를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정부의 녹조 관리가 그동안 원수와 먹는물의 독소 검출 여부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녹조 발생 수계에서 주민들이 실제 어떤 경로를 통해 녹조독소에 노출되는지, 반복적인 노출이 발생하는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수와 공기, 농산물 등 환경시료와 소변·혈액·비강 등 생체시료를 연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일 주민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녹조독소의 노출 시점과 경로, 반복 노출 여부 및 건강영향을 규명하는 국가 차원의 추적조사도 요구했다.
관리체계의 통합도 촉구했다. 녹조 발생 수역의 관리 주체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지방정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기관별로 책임을 분산할 것이 아니라 범부처 차원의 통합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녹조 발생 수역 주변 주민과 농·어업 종사자 등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예방수칙과 보호조치, 건강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녹조독소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통한 하천 흐름 회복과 영양염류 유입 저감 등을 추진하고, 대규모 녹조 발생 시 주민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적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주민의 소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녹조 문제가 이미 인체 노출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녹조를 수질관리의 영역에만 가두지 말고 국민 건강과 환경보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결과만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떤 경로로 체내에 들어왔는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정부에 녹조 발생 수계에 대한 환경·보건 통합관리와 주민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녹조 발생 원인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수질·수생태계 관리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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