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수로 인근 수변에서 해경의 ‘부캉이’ 구조 작업이 갑자기 중단되자 시민들이 영문을 모른 채 주변을 살피고 있다.
제5·6보도교 사이서 그물 양끝 고정…부산시, 재시도 여부 다시 논의
퇴치기·쓰레기 차단시설까지 치웠지만…우려했던 ‘바닥 걸림’ 현실로
50m ‘그물벽’ 밀며 외해 유도…수로 입구 향하자 곳곳서 환호
글·사진 부산=이승륜 기자
“어? 배가 왜 다 나가지. 부캉이 나간 거 아니에요?”
2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북항 친수공원. 2시간 넘게 상어 ‘부캉이’의 외해 유도 작업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갑자기 술렁였다. 수로 안에서 작업하던 해경 선박들이 하나둘 빠르게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은 부캉이가 마침내 바다로 나간 줄 알고 수로 끝을 바라봤다. 하지만 잠시 뒤 들려온 소식은 정반대였다. 그물이 수로 바닥에 걸리면서 이날 작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던 시민들의 표정에는 곧 아쉬움이 번졌다. 그래도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한동안 난간에 기대 수면을 훑으며 부캉이를 찾았다. “혹시 아직 저기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이어졌다. 두 차례 유도 작업을 함께 지켜본 시민들에게 이날은 ‘마지막 배웅’이 될 수도 있었던 만큼 허탈감은 더 컸다.
◇50m ‘그물벽’ 펼치자 “이번엔 되겠다”…부캉이와 구조대의 2시간 ‘밀당’
이날 작업은 시작 전부터 북항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오후 1시가 넘자 길이 50m, 높이 6.8m의 맞춤형 그물이 현장에 펼쳐졌다. 작업자들은 그물 아래쪽에 추를 연결하고 긴 줄을 수변 펜스마다 늘어뜨렸다. 작업 시작 50여 분 전에는 침자 연결 등 막바지 세팅을 끝내고 썰물이 강해질 때를 기다렸다. 시민들은 2시간 전부터 모여 그물 조립 과정을 지켜봤고, 인근 크루즈 승객들도 갑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정비도 이뤄졌다. 국립수산과학원과 부산시는 그물 이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수로 초입의 쓰레기 유입 방지 시설 등을 미리 철거·정리하며 이동 경로를 확보했다. 1차 작업에서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물 분사 장비는 주력 수단에서 보조 수단으로 돌리고, 이번에는 부캉이의 퇴로 자체를 좁히는 ‘그물벽’에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그물에는 부캉이의 이동을 독려할 상어 퇴치기도 장착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드론 영상을 띄워놓고 해경 선박과 무전으로 실시간 소통했다. 이날 부산해경 3001함 구조정과 해운대 구조정, 중앙특수구조단 고속단정 등이 투입됐다. 해경 인력과 함께 수과원 연구진도 배에 올라 부캉이 움직임을 살폈다.
오후 3시17분쯤, 준비를 거의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물 너머 수로 쪽으로 지느러미가 보이자 시민들 사이에서 “저기 있다”는 외침이 터졌다. 그물이 처음 펼쳐졌을 때 부캉이가 부표 근처까지 접근했지만 엉키지 않자 드론 영상을 보던 연구진 사이에서도 “됐다”는 안도 섞인 반응이 나왔다.
2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수로에 설치된 구조용 그물 근처에서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밀당’은 그때부터였다. 선박이 그물 중앙을 끌고 육상 인력이 양쪽 끝을 당기면서 그물은 U자 형태로 부캉이 뒤를 압박했다. 처음에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물과 부캉이는 조금씩 수로 출구 쪽으로 움직였다. 시민들도 난간을 따라 함께 이동했다. 상어 지느러미가 그물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간다”, “이번엔 되겠다”는 탄성이 나왔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작업은 섬세했다. 부캉이가 외해 쪽으로 움직이면 그물도 뒤에서 조금씩 따라붙어 다시 안쪽으로 돌아설 공간을 줄였다. 맨 뒤 워터펌프선은 부캉이가 멈추거나 되돌아오려 할 때 물 분사와 포말로 이동을 보조했다. 연구진은 드론 화면으로 상어와 그물 간격을 확인하면서 해경에 속도와 방향을 전달했다. 부캉이가 그물 부표 주변을 오갈 때마다 작업을 늦추거나 멈추는 장면도 반복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있는 게 우리 시민들한테는 좋을지 몰라도 부캉이 본인한테는 안 좋은 것 같다”며 “잘돼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0대 시민도 “부산 시민들을 즐겁게 해줬지만 이제는 자기 삶의 터전으로 가야 한다”며 “아쉽지만 보내주는 게 도리”라고 했다.
2일 오후 ‘부캉이’ 구조 작업이 진행된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수로에서 해경이 그물벽을 전개하고 있다.
◇우려했던 ‘바닥 걸림’에 결국 멈췄다…양끝 묶은 그물 앞 시민들 발길 못 떼
그러나 기대는 수로 중간에서 멈췄다. 작업이 상당히 진척된 뒤 제5·6보도교 사이, 수로 출구에서 약 150m 안팎 떨어진 지점에서 그물 하단이 수중 바닥의 무엇인가에 걸리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부산시와 해경에 따르면 정확히 무엇에 걸렸는지는 물속이라 확인되지 않았다. 작업팀은 약 1시간 동안 그물을 앞뒤로 움직이며 빼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는 작업 전부터 우려됐던 변수이기도 했다. 부캉이가 수로에 있는 탓에 잠수 인력을 투입해 바닥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침자나 그물이 수중 구조물·장애물에 걸리거나 하단에 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눈에 보이는 장애물은 사전에 치웠지만, 결국 확인할 수 없었던 수중 바닥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더 난감한 건 부캉이가 계속 그물 주변을 오갔다는 점이다. 걸린 그물을 억지로 들어 올리면 상어가 그 아래로 빠져나갈 수 있었고, 상어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작업팀은 그물을 더 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양쪽 끝을 수변에 묶어 수로를 가로막은 상태로 고정했다. 부캉이가 다시 안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동시에, 가까워진 수로 출구를 통해 스스로 외해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판단이었다.
부산해경 관계자는 “그물이 걸렸는데 부캉이가 계속 주변을 오가다 보니 그물을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며 “밑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위치에서 그물 양쪽 끝을 묶어 막아둔 상태”라며 “수로 입구가 가까운 만큼 자연스럽게 나갈 가능성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35∼40분쯤 해경 선박이 철수하면서 이날 작업도 마무리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물이 바닥에 걸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며 “앞뒤로 움직여 풀어보려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부캉이가 스스로 외해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지켜볼 계획이다. 다만 추가 유도 작업을 할지, 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다시 판단해야 한다. 김기동 부산시 공원여가정책과장은 “상황 판단 회의를 통해 작업을 다시 할지부터 방식과 일정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구조 시도마저 끝내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민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부캉이가 오가던 수면과 수로를 가로막은 채 멈춰 선 그물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번에는 정말 나가는 줄 알았는데….” 해가 기울기 시작한 북항 수로에는 아쉬움 섞인 말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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