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깜짝 성장했지만 소비 심리는 냉랭… ‘반도체 착시 경제’

중동 전쟁 가운데서도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깜짝 성장했지만 소비 심리는 냉랭… ‘반도체 착시 경제’

1분기 GDP 성장률 1.7%

중동 전쟁 가운데서도 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23일 지난 1분기 GDP(국내총생산)가 한국은행의 예상치인 0.9%의 두 배 수준에 육박하는 1.7% 늘었지만 추가 성장분의 대부분이 AI(인공지능) 특수에 기댄 반도체 수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초호황이란 특수 변수를 빼면 성장·고용·소비 등 경제의 각 부문에 드리운 그림자가 여전히 짙은 상황이다. 한은이 ‘선방했다’고 평가한 민간 소비는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끌고 가는 주식시장 급등이 이끈 측면이 있고 1분기에 4.8% 늘어난 설비 투자 또한 반도체 관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중동 전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2분기까지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지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픽=박상훈

제조업은 ‘온기’ 서비스업은 ‘냉기’

1분기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동력(動力)은 반도체 수출 외엔 찾기 어렵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반도체 대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상회하거나 육박할 정도로 깜짝 놀라게 좋아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올라갔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라고는 전망했어도, 이 정도로 좋아질 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수출 증가분은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비롯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분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5%에 달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수출은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의 또 다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1분기 수출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반도체 및 관련 산업이 몰려 있는 제조업의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3.9%로 코로나 기저 효과에서 반등한 2020년 4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비스업 성장률은 0.4%로 지난해 4분기 0.6%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차가운 소비 심리, 고환율에 물가 불안

중동 전쟁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촉발된 고물가·고환율에 소비 심리는 빠르게 식고 있다. 1분기 GDP 중 민간 소비가 0.5% 늘어난 데 대해 한은은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분기에 소비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 심리지수(CCSI)가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내려갔다. 2024년 12월 계엄 사태 이후 최대 하락이다.

CCSI는 소비자 심리 관련 주요 지수 여섯 개를 종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2003~2025년) 평균 대비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 아래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CCSI가 100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1년 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집계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에도 2.7%로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는데 이달엔 2.9%로 더 상승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1.6%로 4년 만에 최고치였고 수입물가 상승률도 16.1%로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수입물가 상승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면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에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까지 겹치면서 고용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이 3.5%로 1분기 기준 2022년 이후 가장 높았고 청년 실업률은 7.4%로 5년 만에 최고로 상승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중엔 아르바이트 등 단기 근로를 하며 다른 일자리를 물색하는 ‘불완전 취업자’가 불어나는 중이다. 15~29세 중 주당 취업 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취업 의사가 있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12만3000명으로, 2021년 15만5000명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