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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은 길을 만들까 ⑤] "문제는 경제야" vs "문제는 좌빨이야"
민병두
입력 : 2026.04.06 06:42
ㅣ 수정 : 2026.04.06 06:42
경제선거로 가면 김부겸 유리, 이념선거로 가면 국힘 유리
누가 지역 심폐소생하는 경제청심환 역할을 할까
[사진=김부겸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지금 대구는 청년들의 이탈로 몸살을 앓고있다.
[뉴스투데이= 민병두회장] 대구시장 선거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의 근본 지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 선거를 대구를 되살릴 수 있는 경제 선거로 치르려 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념 선거로 치르고 싶어 한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러모로 반면교사가 된다.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로 이어지는 12년 공화당이 집권했고, 동서 냉전과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공화당은 자신만만했다. 반면 클린턴 진영은 그로 인한 재정적자 등으로 피로한 민생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프레임 전환에 성공했다.
지금 대구는 1963년 이래 대통령 선거에서 늘 보수당을, 가까이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늘 보수당 국회의원 후보를,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변함없이 한쪽을 지지했다. 박정희 시대에 섬유 산업의 메카로 경제의 중심지였던 대구는 1990년대 중국의 부상으로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그 후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을 한 번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정치는 일당독재라고 할 정도로 한 정당을 지지했는데, 경제는 참담할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보수가 살아야 대구가 산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김부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2년 클린턴 캠페인의 교훈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의 투표 심리가 이념에서 경제 문제로 옮겨 가는 과정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은 걸프전 승리로 89%의 지지율을 자랑하던 현직 대통령 조지 H.W. 부시를 꺾었다. 그 승리의 핵심에는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만든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라는 간결한 메시지가 있었다.
전략은 경제였고 구호는 "사람이 먼저다"(Putting People First)였다. 전쟁을 통해 이룬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삶이라는 것이다. 지금 대구에서 이념(보수 살리기)과 경제(민생 살리기) 구도가 형성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클린턴 캠프는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현실을 파고들었다. 부시 행정부가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는 동안 정작 시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 전략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리틀록의 '워룸'이라 불리는 선거 조직을 통해 매일의 뉴스를 주도하는 힘이 되었다.
리틀록 워룸의 원칙 : 메시지를 흔들지 않는다
클린턴 캠프의 성공은 메시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에 집중한 결과였다. 카빌과 스테파노풀로스 등이 이끄는 워룸은 세 가지 메시지를 화이트보드에 써 놓고 이를 철저히 지켰다. "변화냐, 현상 유지냐",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It's the economy, stupid"), "의료보험을 잊지 마라"가 그것이다. (지금 김부겸 캠프가 "변화냐, 쇠퇴냐", "경제냐, 이념이냐", "로봇 도시를 잊지 마라"라고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
부시 측이 클린턴의 도덕성이나 병역 문제를 공격할 때마다 클린턴 캠프는 신속하게 경제 문제로 대화의 흐름을 되돌렸다. '스캔들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원칙 아래, 상대의 공격이 뉴스가 되기 전에 반박하고 곧바로 일자리와 경제 성장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식은 이후 현대 정치 캠페인의 교과서가 되었다. "I feel your pain"이라는 기조는 거시 경제를 개인의 삶과 연결하는 핵심적 정서였다. 김부겸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구를 떠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대구의 현실을 얘기하는 것도 "I feel your pain"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대구 경제의 현실 : 33년 째 꼴찌
대구 선거에서 "문제는 경제"라는 말이 힘을 가질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만약 이런 프레임이 힘을 갖는다면 수치가 그것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3년째 전국 최하위다. 숫자로 보면 현실은 더 냉혹하다.
2024년 잠정치 기준 대구의 1인당 GRDP는 3,137만원으로, 1위인 울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0.8%로 8대 특·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은 2024년 3분기 기준 36.6%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침체는 1970~80년대 수출을 이끌었던 섬유산업이 쇠퇴한 이후,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 늦어진 데서 비롯된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염색 산업단지 등 전통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
경제적 기회가 줄어들자 사람도 빠져나가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대구를 떠난 20대 청년은 순유출 기준 6,300명으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다. 15~34세로 범위를 넓히면 매년 1만 명에 가까운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있다.
최근 10년(2015~2024)간 대구의 청년 인구(15~29세) 감소율은 20.5%로, 전국 평균인 13.1%를 크게 웃돈다. 대구가 교육을 통해 키운 인재들이 정작 지역이 아닌 수도권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김부겸의 전략 : 자부심과 절망 사이
2026년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는 김부겸 전 총리는 대구 시민들이 공유하는 '과거의 자부심'과 '지금의 답답함'을 함께 건드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섬유 공업의 메카였던 대구, 우방랜드가 문을 열며 활기가 넘쳤던 90년대 중반을 떠올리게 하면서, 지금의 침체된 대구와 대비시킨다.
"심장이 꺼져 가는데 청심환 하나 구해온 적 있느냐"
이 말은 클린턴의 "I feel your pain"을 대구식으로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이 평소에는 대구 경제에 무관심하다가 선거철에만 서문시장을 찾는다고 비판하며, 유권자의 감정에 직접 호소한다.
부시가 외교 성과에만 몰두하며 국내 경제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던 클린턴의 논리와 같은 구조다. 그는 대구 쇠퇴의 원인을 특정 정당의 정치 독점으로 보고, 정치 경쟁이 살아나야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도 시작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3대 핵심 사업과 'AX 수도' 구상
김부겸이 내세우는 구체적인 약속은 세 가지다. 첫째,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다.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두 지역을 하나로 묶어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둘째, TK 신공항 건설과 배후 경제권 조성이다. 물류 허브를 만들어 산업 지형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셋째, AI·로봇 수도 대구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대한민국 AI·로봇 수도' 비전을 실현하여 대구 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결론 : 바보들아, 문제는 대구 경제다
1992년 클린턴의 승리는 이념보다 유권자의 실제 생활이 더 강력한 투표 동기임을 보여줬다. 2026년 대구에서도 이 원리는 다르지 않다. 33년째 전국 꼴찌인 GRDP,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청년 인구 감소율, 전국 최하위 수준의 청년 고용률은 대구 시민들에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부겸에게 열린 길은 "민주당 후보"라는 간판을 "대구 경제를 살릴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섬유 산업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세대와, 떠나지 않아도 되는 대구를 바라는 청년 세대 모두에게 "문제는 경제"라는 명확한 답을 내놓을 때, 보수의 심장에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결국 대구 선거의 핵심도 이것이다.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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