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법 위반 205건, 과태료 19.6억…늦장 수사 비판에 “시효 만료 뒤 은폐 보도”
노동부 쿠팡 수사 결과 발표
쿠팡 관계자가 22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앞에서 들고 나는 차량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물류센터서 장덕준씨 사망
공소시효 지나 형사처벌은 못해
유족·노동계 “늦장·면죄부 수사”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장덕준씨(당시 27세)의 산업재해를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정부 수사에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산재 은폐죄를 적용하기도 어려워 형사처벌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유족과 노동단체는 “면죄부 수사”라며 반발했다. | 관련기사 8면
노동부는 22일 ‘쿠팡 산업안전·근로기준 감독 결과’ 및 ‘산재 은폐 의혹 관련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쿠팡을 상대로 지난 1월부터 노동 분야, 3월부터 산업안전 분야 기획감독을 진행했다. 본사 및 계열사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105곳을 대상으로 한 산업안전 감독에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이 적발돼 61건을 사법 처리하고 144건에 과태료 19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노동부는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 장씨가 과로사로 숨진 뒤 김 의장(당시 쿠팡 대표)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야. 시간당 돈을 받지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핵심 관계자들에게 보낸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장씨가 사망하기 전 근무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김 의장이 지시한 대로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기다리기’ ‘대화하기’ 등 카테고리로 나눠 초 단위로 분석하는 등 장씨가 휴식하는 장면만 부각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0~2021년 근로복지공단 조사 과정에서 쿠팡이 고인의 모습이 담기지 않은 CCTV를 제출하고, 고인의 근무환경에 관해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언론보도로 제기된 의혹도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장씨는 2020년 10월12일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밤샘근무를 마치고 오전 4시쯤 귀가한 뒤 오전 7시께 자택 욕조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12주 동안 평균 주 58시간, 마지막 일주일은 62시간을 일했다. 쿠팡은 과로사를 ‘사실왜곡’이라며 부인해왔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장씨의 산재(과로사)를 인정했다.
노동부, 수사 결과 발표
노동부는 김 의장이 “부적절한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재 은폐죄 공소시효는 5년인데 지난해 10월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지난해 12월 김 의장 관련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됐으므로 ‘늦장 수사’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설령 시효가 남았더라도 장씨 사망이 중대재해로 보고됐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산재 은폐 의혹 2건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국회 청문회와 언론 등에서 제기된 쿠팡의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PIP) 운영,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 각종 노동관계법 위반 의혹에 관해서도 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쿠팡이 PIP 대상자를 선정해 운영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를 통해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는 없어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취업규칙에 이 내용을 미작성한 부분만 시정 지시 및 과태료 처분했다.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일부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자사 채용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근로기준법 제40조에서 금지하는 다른 회사 취업을 방해하기 위한 외부 공유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배송노동자 불법파견 의혹 역시 해당 사항이 없다고 결론 냈다.
쿠팡 측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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