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용인특례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수원=한스경제 김두일 기자 | 삼국지에는 봉추(鳳雛)라 불린 책사가 있다. 방통이다. 제갈량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인물이었지만, 결국 낙봉파(落鳳坡)에서 생을 마감한다. 봉황이 떨어진 언덕. 이름 그대로, 한순간의 흐름을 놓친 대가였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방통은 유비를 따라 촉으로 향하던 길, 매복을 간파하지 못한 채 말을 달리다 화살을 맞고 낙마한다. 당대 최고 책략가였지만, 단 한 번의 타이밍이 모든 것을 갈랐다. 그리고 그 낙마는 촉한의 전략 판도까지 흔들어 놓는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동연과 안호영. 두 사람의 패인을 단순히 개인 경쟁력으로 환원하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이번 경선 국면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는 산업 정책을 넘어, 지역 발전과 정치적 상징성이 결합된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문제는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이 이슈를 어떻게 선점하고 해석했는가였다.
김동연의 경우, 정책 방향 자체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슈가 급격히 확산되는 국면에서 메시지의 속도와 강도가 충분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정책은 있었지만 장면은 약했다. 그 사이 반도체 이슈는 설명의 영역을 넘어 프레임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안호영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새만금 이전론이라는 강한 카드를 꺼냈지만, 반도체라는 거대 의제와 충돌하면서 논쟁의 축이 흔들렸다. 의도한 메시지보다, 그 메시지가 놓인 구도가 더 빠르게 재편됐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 이전에 무대다. 누가 먼저 말했느냐보다, 누가 이슈를 어떤 장면으로 만들었느냐가 판을 가른다.
이 대목에서 낙봉파가 겹쳐진다. 방통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흐름과 타이밍을 놓쳐 낙마했다. 이번 경선 역시 개인의 능력보다 이슈의 흐름을 누가 장악했는가가 결과를 갈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이번 결과는 누군가의 벽이었나, 아니면 반도체라는 구조적 변수였나.
현 시점에서 보다 설득력 있는 해석은 후자에 가깝다. 특정 인물이 판을 바꿨다기보다, 반도체라는 의제가 정치 지형 자체를 재편했고, 그 흐름에 올라탄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갈렸다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타이밍의 싸움이다. 정책은 준비할 수 있지만, 흐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낙봉파에서 방통이 쓰러진 이후 촉한의 전략은 흔들렸다. 이번 경선 역시 단순한 개인의 패배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정치적 흐름의 변곡점이 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치판에도 각자의 낙봉파는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이름이 ‘반도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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