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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의 雜記] 리센느와 정치인

유튜브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부)’라는 채널이 있다. 중소 연예 기획사의 아이돌인 리센느의 리더 원이를 주인공으로 한 채널이다. 채널 개설 당시만 하더라도 리센느의 인지도는 그야말로 ‘0’에 가까웠다.

[김 기자의 雜記] 리센느와 정치인

유튜브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부)’라는 채널이 있다. 중소 연예 기획사의 아이돌인 리센느의 리더 원이를 주인공으로 한 채널이다. 채널 개설 당시만 하더라도 리센느의 인지도는 그야말로 ‘0’에 가까웠다. 그러나 ‘거제 야호’라는 유행어를 시작으로 어느새 구독자는 170만을 훌쩍 넘겼다.

아이돌답지 않은 털털한 거제 소녀의 매력에 빠진 대중은 이젠 리센느의 팬이 돼 버렸다. 안원잘부의 영상은 입소문을 타며 원이를 비롯한 리센느의 멤버에게로 관심이 이어졌고 과거 발표한 곡이 역주행을 시작, 기어코 음악방송 1위까지 거머쥐었다. 리센느는 소위 잘나가는 에스파나 아이브 등을 제치고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대중은 리센느가 만들어 낸 결과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리센느의 인상적인 성장 스토리에 더욱 열광했다. 리센느는 데뷔 초 유명하지 않았을 무렵 사회자에게 빌어야만 무대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없었다. 그래서 대중은 리센느를 완성된 팀이 아니라 앞으로가 기대되는 팀으로 보고 있다. 즉 대중은 컴백하자마자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른바 ‘줄 세우기’를 해내는 완벽한 아이돌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어린 소녀들에게 열광한 것이다. 안원잘부 영상 조회 수를 보면 구독자 수를 월등히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리센느를 응원하는 대중이 절대 적잖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중문화의 건강한 성장 스토리에 흐뭇해지려던 찰나 난데없는 곳에서 찬물이 날아들었다. 안원잘부의 주인공이자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가 영상에서 사투리로 ‘무섭노’라고 말하자 이내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SNS에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 영남말 의문문에서 ‘나’와 ‘노’는 구별돼 사용된다. 일베가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문장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이를 영남 사투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했다.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주어를 생략했지만 시기적으로나, 정황을 볼 때 안원잘부에서 ‘무섭노’라고 한 원이를 대상으로 한 게 확실해 보인다.

리센느 팬과 이들의 성장을 응원했던 대중은 크게 화를 냈다. 원이의 고향이 거제인 걸 아는 팬과 대중은 원이가 사투리를 콘셉트로 한 영상도 기분 좋게 시청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언어학자와 전문가도 즉각 반박했다. 동남 방언에서 ‘~노’는 ‘와 이리 졸리노’처럼 혼잣말이나 감탄형으로도 자연스럽게 쓰인다는 것이다. 결국 조 전 대표는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일본인 멤버의 천진난만한 유행어로 시작된 청년의 축제에 낡은 이념 잣대로 ‘일베 낙인’을 찍어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 한 기득권 정치인의 오만함이 드러나서다.

젊은 세대가 정치를 혐오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사회적 기득권인 중년 정치인은 청년 세대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 미디어 환경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단순히 ‘~노’라는 종결어미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저 자신의 구태의연한 기준으로 재단하고 가르치려 들었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태도는 청년층이 정치로부터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게 한다. 특정 표현이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면 맥락을 짚는 것이 먼저다. 성공을 위해 청년이 흘린 땀방울 위에 ‘일베’라는 낙인을 찍어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표심을 얻고 싶다면 가르치려 들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청년은 지금 순간에도 알고리즘을 타고 끊임없이 도약하며 미래를 그리는데 정치는 여전히 낡은 이념의 늪에 갇혀 청년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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