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逆鱗)이라는 말이 있다.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왕의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킨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韓非)의 책 <한비자(韓非子)>의 ‘세난편(世難篇)’에 나오는 ‘역린지화(逆鱗之禍)’ 고사에서 유래됐다. 역린지화는 왕의 약점을 건드려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스타벅스 코리아에 대한 분노와 응징은 이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5.18 탱크데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뜨거운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 '5.18 광주학살'의 영령들이 저 더러운 장사치의 상술에 모욕당하고, 뜨거운 피로 얼룩진 한국의 민주화운동 역사는 일개 장사치의 추악한 상술에 유린됐다. '5.18 영령'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민주당 제공 사진.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야장’(야외 영업) 커피 매장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면서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고 물었다. 이는 최근 ‘탱크데이’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를 염두에 둔 말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탱크데이'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를 겨냥해 앞으로 정부 행사 등에 관련 기업 상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그 역사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소비하는 행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비단 대통령과 장관 뿐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기업 단위에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고, 서울경찰정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의 기행적 '극우놀이'도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들 듯 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도 극복한 위대한 국민은 이제 정용진 회장과 스타벅스 코리아에 준엄한 회초리를 들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외신들의 보도를 통해 신속히 국제사회에 전파되고 있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은 빠르게 국경을 넘었다. <로이터>와 <가디언>, <알자지라>가 이 일을 보도했고, < AFP >와 <블룸버그> 계열 보도는 아시아, 유럽, 북미, 중동과 아프리카 매체로 퍼졌다. 한국의 한 기업 판촉 문구가 이 정도 속도로 국제 뉴스에 오른 일은 흔치 않다. 스타벅스 글로벌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탱크데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국제사회의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피나는 희생 위에서 이룩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모독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위 '커피를 통해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민주주의의 역사에 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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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권기식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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