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부담에 노무 리스크 커지고 AI는 단순 업무 대체
기업들, 대규모 채용보다 재고용·선별 채용에 무게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 및 채용삼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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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더 오래 고용해야 하는 시대와 사람의 일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가 동시에 왔다. 산업계에 이른바 ‘고용 2.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년 연장, 주 4.5일제, 노란봉투법 등 고용 및 노동 시장의 변화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AI 확산에 따른 인력 재편 흐름이 맞물리면서 산업계가 새로운 고용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14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지난달 대기업 채용 공고는 423건으로 1년 전 같은 달 732건보다 42% 감소했다. 중견기업 채용 공고도 같은 기간 703건에서 368건으로 48% 줄었다. 국내 채용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채용 축소 흐름은 업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분야는 교육·출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 가까이 줄었고, IT·통신은 73%, 판매·유통은 69% 감소했다. 이어 서비스업은 58%, 미디어·문화는 51%, 은행·금융은 5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생산은 23%, 건설·토목은 3% 각각 감소했다.
경기 둔화 영향도 있지만 노사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채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 우선 노란봉투법 시행이 채용 위축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하청 간 교섭 범위와 책임 경계가 넓어지면서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에 더해 노무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하면서 신규 채용에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논의도 기업들의 고용 부담을 키운다. 정년이 연장되면 직원 고용 기간이 길어지고, 임금 수준이 높은 고연차 인력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같은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거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AI 전환도 채용 축소 흐름을 키우는 배경이다. 초안 작성, 요약, 리서치 등 과거 신입 직원들이 맡아온 정형화된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하면서 기업들이 신입을 대규모로 뽑기보다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이나 AI 활용 역량을 갖춘 인력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로 신입 채용이 최소 규모로 줄고 채용의 문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늘리기보다 기존 인력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에 더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년 후 재고용이 거론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LG전자는 내년부터 정년을 맞은 근로자들이 최대 1년간 근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 후 재고용은 정년 연장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정년을 일단 종료한 뒤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어서 기업은 임금 등 조건을 새로 정할 수 있고,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 입장에서도 정년 이후 일정 기간 더 일할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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