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굴레' 정당공천제]
중앙정치 예속·부패 온상·정치 신인 진입 장벽 ↑
거대 양당 독점 구조 타파 생활 밀착형 `지역정당'
시민단체·지역 공동체의 `시민후보 추천제'도 대안
최영중(왼쪽), 김진모.
[충청타임즈]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중앙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과 중앙당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이자 예속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행 정당공천제의 가장 큰 폐해는 지방의원을 지역 주민이 아닌 `국회의원의 심복'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지역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정당공천제의 공천 부실사례는 본보의 <지방의회의 `굴레' 정당공천> 기획 심층 보도와 맞물려 터진 국민의힘 소속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의 성추문 파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최영중 청주시의원은 지난 15일 중학생과 성관계를 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미성년자의제강간)로 자택과 시의회가 압수수색을 당하자 이튿날인 16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최 전 의원은 당초 청주 마 선거구(사직1·2동, 모충동, 수곡 1·2동)에 출마를 준비 중이었으나 갑자기 청주 바 선거구(사창동, 성화·개신죽림동)에서 `가'번으로 공천받았다.
최 전 의원은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 중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전형적인 공천부실이다.
최 전 의원을 공천했던 김진모 국민의힘 청주 서원당협위원장은 부실공천의 책임을 지고 지난 17일 당협위원장직을 자진사퇴했다.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은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선거철마다 불거지는 `공천헌금' 의혹과 줄서기 행태는 역량 있는 신인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다.
대안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법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다. `생활 자치' 영역에 속하는 기초의회만큼은 정당의 간섭 없이 주민의 복리와 지역 발전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다만 이 대안은 2003년 헌법재판소 판결과 앞뒤가 맞는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또한 정당 공천이 사라질 경우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정책적 지향점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인지도 중심의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여성 및 소수자의 정계 진출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받는 대안은 `지역정당(지방정당)'의 설립 허용이다. 현행 정당법은 중앙당을 수도에 두고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추어야만 정당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역 기반의 정당 활동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독일이나 영국 등 지방정치가 발달한 선진국처럼 특정 시·군·구 단위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을 허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역정당이 도입되면 여야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가 깨지고 오로지 지역 환경·교육·복지 문제만을 최우선으로 내거는 `생활 밀착형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나 지역 공동체가 검증한 후보를 추천하는 `시민후보 추천제',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대폭 확대해 다양한 전문가와 청년·여성이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선거구제 개편도 동시에 거론된다.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개혁은 단순히 선거 제도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의 주인을 누구로 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정치권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지방자치의 완성”이라는 유권자들의 날선 비판을 허투로 듣지 말고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끝> /이형모 선임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