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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유학생 불법체류 3만 명 중 82.8%가 베트남…‘왜 베트남인가’ 따져보니

국내에서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은 3만1665명이다. 이 가운데 2만6220명(82.8%)이 베트남 국적이다. 유학생 불법체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베트남인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서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은 3만1665명이다. 이 가운데 2만6220명(82.8%)이 베트남 국적이다. 유학생 불법체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베트남인이라는 뜻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희정 위원장(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이 23일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유학(D-2) 비자 불법체류자는 9946명, 어학연수(D-4) 비자 불법체류자는 2만1719명이다. 어학연수 체류자 7만4450명 가운데 29.2%가 불법체류 상태로, 3명 중 1명꼴이다.

국내 체류 유학생 가운데 베트남인이 가장 많긴 하다. 그래도 불법체류자 비중 82.8%는 체류자 비중 35.5%의 두 배가 넘는다. 단순히 학생이 많아서 생긴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쿠키뉴스는 법무부 자료와 국내외 보도, 연구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왜 베트남인가’를 짚어보고 해법을 찾아봤다.

그래픽1. ▲ 국적별 유학생·어학연수생 불법체류자 현황(2026년 8월 기준). 자료: 법무부(김희정 교육위원장실)

‘82.8%’는 5년째 그대로

베트남 쏠림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유학생 불법체류자 가운데 베트남 비중은 2022년 82.5%에서 2023년 83.3%, 2024년 83.5%, 2025년 83.2%, 2026년 82.8%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전체 불법체류자 수는 3만6067명에서 4년 연속 줄었다. 그런데도 베트남 비중은 82~83%대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차이는 어학연수 과정에서 두드러진다.

베트남 어학연수생 4만8889명 중 1만9413명이 불법체류자로, 불법체류율이 39.7%다. 베트남을 제외한 국적은 9.0%에 그쳐, 베트남이 4.4배 높다. 베트남 불법체류자 10명 중 7명(74%)이 어학연수(D-4) 자격이다.

학위과정보다 문턱이 낮은 어학연수 비자가 주된 통로라는 뜻이다.

그래픽2. ▲ 국적별 학위과정·어학연수 불법체류율(2026년 8월 기준). 자료: 법무부(김희정 교육위원장실)

왜 베트남인가① 임금 4.7배 격차와 ‘돈벌이 유학’ 홍보

첫째 이유는 임금 격차다. 올해 한국의 월 최저임금은 215만6880원이다. 베트남 통계총국(GSO)이 집계한 2026년 상반기 베트남 근로자 평균 월소득은 900만동으로, 최근 환율로 환산하면 약 46만원이다.

한국에서 최저임금만 받아도 현지 평균의 4.7배를 버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이 격차가 ‘유학’ 홍보에 그대로 쓰인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유학원은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를 최고의 일자리로 홍보하고 있다. 한 유학생은 이 매체에 “(일부 학교는) 등록금만 내고 학교 안 가도 된다고 들었어요. 하루 11~12시간 정도 일하면 간단히 500만원 넘게 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왜 베트남인가② 브로커와 ‘빌린 잔고증명

둘째 이유는 브로커가 중심이 된 송출 구조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유학원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합법적인 유학원을 통해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베트남 학생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로커가 끼면 유학 준비 비용이 7000~9000달러에서 1만2000~1만5000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뛴다. 빚을 지고 들어온 학생에게 교실보다 일터가 먼저인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일찍 파악했다.

법무부는 2019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에 입학하는 베트남인 어학연수생을 대상으로 ‘유학경비 보증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미화 1만달러를 예치하게 하고, 6개월마다 500만원씩만 나눠 찾도록 묶는 방식이다.

당시 법무부는 도입 배경으로 브로커의 ’돌려막기'를 들었다. 학생 명의로 돈을 빌려 예치하고 잔고증명을 받은 직후 빼내 다른 학생에게 다시 빌려주는 수법이다.

7년이 지났지만 빌린 돈으로 잔고증명을 맞추는 관행은 남아 있다. JTBC는 학생들이 유학원을 통해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아 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배달 일을 하며 원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왜 베트남인가③ 학생을 기다리는 지방 대학

셋째는 받아들이는 쪽의 사정이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 대학, 특히 중소 사립대는 내국인만으로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졌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학 입학가능 인원은 2020년 46만4826명에서 2040년 28만3017명으로 39%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비수도권 대학과 전문대에서 정원 내 학령인구 학생 수가 이미 입학정원에 못 미치고,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공백을 유학생이 메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년제 대학 유학생의 89.7%(13만7080명)가 사립대에 다닌다. 비수도권 사립대 유학생은 2024년 4만5725명에서 2025년 5만6884명으로 1년 새 24.4% 늘었다.

한국경제는 재정 위기에 처한 지방대에 ‘외국인 어학생 모시기’가 유일한 자구책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한 지방국립대 관계자는 “국내 학생 부족으로 등록금에 구멍이 난 상태에서 어학당 학생은 중요한 수입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래픽3, ▲ 대학 입학가능 인원 전망과 비수도권 사립대 유학생 증가 추이. 자료: 대학교육연구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리를 강화한 대학이 있어도 수요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KNN 보도에 따르면 부산대 언어교육원은 2023년 여름부터 베트남 신입생을 한시적으로 받지 않기로 했고, 부경대도 베트남 학생에게 더 깐깐한 기준을 적용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이탈이 발생하면 100% 대학 책임이거든요. 저희는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대학이 문턱을 높이면 수요가 정원난을 겪는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이번 법무부 자료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나눠 집계하지 않아 이를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원의 한 전문대는 학위과정 유학생 420명 중 179명(42.6%)이 불법체류자였다. 어학연수생 불법체류율이 10%를 넘는 대학도 74곳에 달했다.

한국에 이미 자리 잡은 네트워크도 이탈을 쉽게 만든다. 한 지방사립대 어학당 관계자는 “이미 일용직업계에 베트남·우즈베키스탄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불법 취업이 쉽다”고 말했다.

요컨대 임금 격차, 브로커가 주도하는 송출 구조, 정원을 채워야 하는 대학, 국내 일자리 네트워크라는 네 가지 요인이 동시에 맞물린 나라가 베트남이다. ‘82.8%’가 5년째 굳어 있는 이유다.

부산도 예외 아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24년 1만4961명에서 2026년 2만4328명으로 2년 새 63% 늘었다. 시는 2028년까지 3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소재 대학에서 새로 생긴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226명에서 올해 248명으로 9.7% 늘었다. 이 가운데 어학연수생은 110명에서 128명으로 16% 증가했다.

그래픽4. ▲ 부산 지역 대학 외국인 유학생 추이. 자료: 부산시

해법은 ‘베트남 맞춤형’ 관리

김희정 위원장은 “학문의 산실이어야 할 대학이 불법체류자의 우회 통로로 전락했다"며 ”대학 역시 유학생 유치 패러다임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체류자의 82.8%가 한 나라에 몰린 만큼, 처방도 베트남에 맞춰야 한다.

먼저 송출 단계에서는 교육부가 하반기 배포하겠다고 밝힌 ‘대학-유학원 표준협약서’를 베트남부터 의무화해 브로커를 걸러내야 한다.

입국 단계에서는 7년째 대출로 우회되는 잔고증명 대신 자금 출처와 한국어 능력을 따져야 한다.

대학에는 유치 실적보다 국적별 이탈률을 평가와 재정 지원에 반영해야 한다.

유학생은 인구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분명한 자산이다. 해법은 ‘덜 받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받는 것'이어야 한다.

부산=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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