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오늘 문 연 국내 첫 디지털 도서관
세계 첫 시각장애인 음성도서 서비스로 독서 장벽 낮춰
점자·보조공학기기 교육까지 확대… 배움의 장으로 진화
LG상남도서관 전경 [사진=LG]
LG상남도서관에는 종이책이 없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도서관이자,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정보 제공'을 내세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30년 전 오늘 문을 연 LG상남도서관은 이제 시각장애인의 독서와 배움을 돕는 공간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LG상남도서관은 1996년 4월 17일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도서관이다. 상남 구자경 회장이 기증한 사저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사회공헌 철학 아래,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왔다.
개관 당시 LG상남도서관이 내세운 방향은 분명했다.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정보 제공'이다. 해외 우수 과학기술 논문을 디지털화하고, 과학연구 분야 핵심 지원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정보 이용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자료를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필요한 지식을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도서관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스크린리더기로 자율학습을 하는 모습 [사진=LG]
■ '책 읽어주는 도서관'으로 시각장애인 독서 문턱 낮춰
LG상남도서관은 디지털 정보 접근 확대를 넘어, 시각장애인의 독서 접근성 개선에도 힘을 쏟아왔다. 대표적인 계기는 2006년 문을 연 '책 읽어주는 도서관'이다. 당시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 음성도서 서비스가 탑재된 유비쿼터스(Ubiquitous) 도서관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아도 휴대폰이나 PC를 통해 음성도서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책 읽어주는 도서관'은 현재도 연평균 14만 건 이상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만여 건의 도서와 다양한 콘텐츠가 오디오북으로 제작돼 웹과 모바일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LG상남도서관이 제공하는 음성도서는 디지털 토킹북 국제 표준인 데이지(DAISY)를 준수해 제작된다. 이용자는 페이지와 장, 절, 단어 단위 검색은 물론 책갈피 삽입과 재생 속도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LG상남도서관이 운영하는 토요점보교실에 참여한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선생님과 함께 AI코딩교육을 받으며 실습하는 모습 [사진=LG]
■ 도서관을 넘어 배움의 장으로
LG상남도서관의 역할은 음성도서 제공에 그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서 더 나아가, 배움과 성장을 돕는 공간으로 지원 범위를 넓혀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요 점보 교실'이다. LG상남도서관은 2023년부터 서울맹학교 내 국립시각장애교육지원센터와 협력해 시각장애 청소년 대상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점자'와 '보조공학기기'의 앞글자를 딴 이 프로그램은 맹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일반 학교에 진학한 시각장애 학생들은 전문적인 교육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학습과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점자와 보조공학기기처럼 시각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기초 교육을 적기에 받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기도 한다.
LG상남도서관은 이런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제공되기 어려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필요한 기초 역량을 기르고, 보다 안정적으로 학습과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시각장애 청소년들이 점자정보단말기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LG]
■ 점자부터 AI 코딩까지... 연간 18주 체험형 교육
'토요 점보 교실'은 연간 18주 과정으로 운영된다. 교육 내용은 △ 점자(영어, 수학, 한글 점자) △ 정보화교육(컴퓨터, 스크린리더, 점자정보단말기, AI 코딩) △ 교과과정(영어, 수학, 국어) △ 체육(쇼다운) 등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학습 역량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학교생활 적응까지 함께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체험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사진은 국립서울맹학교 교사와 각 분야 전문 강사,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소속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꾸려진다. 학생 개별 특성을 고려한 학습 지원과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LG상남도서관은 최근 시청각장애인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으로도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상남도서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도서관으로 개관한 'LG상남도서관'은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며 우리 사회의 지식 접근성과 정보 나눔에 기여해 왔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도서관' 운영부터 시각장애 청소년 및 시청각장애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가 존재하는 곳에서 이를 줄이는 배움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경제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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