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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의 눈) 탈석탄은 명령인데, 전환의 길은 안갯속

이는 산단 내 제조업체와 반도체, 뿌리산업 기업들의 생산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탄소중립 비용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정책이 지향하는 저탄소 전환의 명분조차 현장에서 설득력을 잃을 수...

(기자의 눈) 탈석탄은 명령인데, 전환의 길은 안갯속

“업계에 몸담은 지 20여년이 됐지만, 요즘처럼 사업자들이 투자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상황은 처음입니다. 탈석탄은 당연한 방향이지만, 정작 현장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업계에서 들려온 한 관계자의 말은 현장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탄소중립과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 속에서 화석연료 기반 발전설비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입주 기업들의 RE100 대응과 수출 시장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탈석탄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문제는 경로다. 정책은 분명 탈석탄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환의 길은 안갯속이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던 LNG 전환은 용량시장 제도 지연과 인허가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검증된 대안이지만, 화석연료라는 프레임 속에서 정작 전환의 가교 역할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 전환 경로 역시 아직은 현실의 벽이 높다. 바이오매스와 순환자원 연료는 수급이 부족하고, 수소는 인프라와 공급 기반이 미비하다. P2H 역시 투자비와 전력요금 부담, 고온 증기 공급에 대한 기술 검증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장은 여전히 무엇으로, 어떤 제도 아래 탈석탄을 이행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부담들이 입주 기업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사업자의 연료전환 비용과 배출권 비용은 증기 가격과 열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산단 내 제조업체와 반도체, 뿌리산업 기업들의 생산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탄소중립 비용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정책이 지향하는 저탄소 전환의 명분조차 현장에서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영세 제조업체가 밀집한 산단에서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탈석탄은 분명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실행 가능한 전환 경로 없이 목표만 앞세운다면 현장의 혼란은 산업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산단은 제조업의 심장부다. 이곳의 에너지 전환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탈석탄이 명령이라면 전환의 길 역시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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