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오후 2시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대규모 시위.(사진=펜앤마이크/ 선우윤호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유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에서 불붙은 성과급 갈등이 이제 IT와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를 비롯해 현대차, LG유플러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까지 줄줄이 파업 전운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카카오 그룹은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 갈림길에 섰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모두 가결시켰다. 카카오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이미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오는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가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역시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특정 기업 하나의 갈등으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는 성과급과 이익 배분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등에서도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 기준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임금 인상 중심의 노사 갈등이 아니라, 기업 실적 자체를 나누라는 요구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청과 하청, 계열사와 협력업체 구분 없이 “실질적 지배력” 논리를 앞세워 교섭 요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성과 공유 요구가 관철되면 다른 기업과 업종으로도 동일한 논리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성과는 단순히 노동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투자, 기술개발, 경영 판단, 시장 위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실적이 나올 때마다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기업 경영 안정성과 투자 여력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금리 불안과 중동 리스크 등 대외 변수 속에서 국내 산업계 파업 리스크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는 위축되는 분위기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공급망 불안과 외국인 투자 이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성과급 기준의 상향 평준화’ 현상이다. 특정 기업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되면 업종과 수익 구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산업 전반이 연쇄 협상과 파업 압박에 노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유보로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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