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지속능력이 왜 새로운 승패 기준이 됐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경쟁의 기준은 이미 바뀌었다
2026년 7월 31일 현재 호르무즈전쟁은 전면전도, 종전도 아닌 새로운 전략경쟁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13일 연속 야간공습 이후 대규모 공습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일부 상선과 LNG선의 통항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미국과 이란은 군사력을 유지한 채 제한적인 군사행동과 외교를 병행하고 있다. 전쟁의 강도는 다소 낮아졌지만 전략적 경쟁은 오히려 장기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현대전의 승패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영토 점령과 군사시설 파괴가 승패를 결정했다면, 오늘날에는 군사적 우위조차 산업생산과 군수지원, 동맹과 경제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반대로 열세에 있는 국가도 비대칭전력을 활용해 상대의 전략자원을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며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호르무즈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전장이 됐다. 이제 국제사회가 경쟁하는 대상은 일시적인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국가가 보유한 전략적 지속능력이며, 통제권 역시 이러한 국가역량을 바탕으로 장기간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번 칼럼은 호르무즈전쟁을 통해 현대전의 승패 기준이 왜 전략적 지속능력과 질서관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 전략적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Ⅰ. 전략적 지속능력은 왜 새로운 승패 기준이 됐는가
2026년 호르무즈전쟁은 현대전의 승패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거나 더 많은 군사시설을 파괴한 국가가 전쟁의 승자로 평가됐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군사적 우위를 확보한 국가조차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막대한 전략자원을 계속 투입해야 하며, 상대 역시 비대칭전력과 전략적 소모를 통해 저항을 이어갈 수 있다. 이제 전쟁의 핵심은 누가 더 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랫동안 전략적 선택지를 유지하며 국제질서를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다.
7월 30일부터 31일까지의 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13일 연속 실시했던 대규모 공습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지만,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해상봉쇄 체계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란 역시 핵심 군사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탄도미사일과 드론, 대리세력을 중심으로 한 비대칭전력을 유지하며 미국과 동맹국에 지속적인 전략적 부담을 가하고 있다. 군사행동의 강도는 다소 낮아졌지만, 전략적 경쟁 자체는 오히려 장기전의 성격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승패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제공권과 정밀타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질서를 전복할 능력은 부족하지만, 미사일과 드론, 해상 위협을 통해 미국이 더 많은 군사력과 방공자산, 군수지원을 투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즉 양측 모두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기보다는 상대의 전략적 지속능력을 먼저 약화시키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역시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일부 LNG선과 상선의 통항이 재개됐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해협의 정상화로 평가하지 않는다. 여전히 높은 전쟁보험료와 제한된 항로 운항, 군함 호위, 해상감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시점에 선박이 통과했다는 사실보다 그러한 질서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통제권(Control)은 일시적인 군사적 우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질서관리 능력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질서관리(SOM·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략적 질서관리’란 군사행동과 외교, 산업생산과 군수지원, 경제력과 국제규범을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통합해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하는 전략체계이다. 따라서 현대전에서 군사적 승리는 전략적 지속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뛰어난 군사력이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운용할 산업기반과 동맹, 군수지원과 국제적 정당성이 약화된다면 통제권 역시 오래 유지될 수 없다.
결국 호르무즈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전쟁의 승패 기준이 화력에서 지속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경쟁하는 대상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점령이나 일시적인 군사적 우위가 아니다. 진정한 경쟁은 국가가 보유한 전략적 지속능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현대전의 새로운 승패 기준이 전략적 지속능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호르무즈는 왜 국가역량을 시험하는 전장이 됐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호르무즈는 왜 국가역량을 시험하는 전장이 됐는가
호르무즈전쟁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이 충돌하는 전장이 아니다. 오늘날 호르무즈는 국가가 보유한 군사력과 산업생산능력, 군수지원체계, 경제력, 외교력, 동맹체계까지 종합적으로 시험하는 전략적 경쟁의 공간으로 변화했다. 과거에는 전쟁의 승패가 전장의 결과로 결정됐다면, 이제는 전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국가역량이 승패를 좌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 잠수함,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우주기반 감시체계와 정밀유도무기를 통합해 호르무즈와 인근 해역에서 지속적인 작전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기지망과 동맹국의 지원, 글로벌 군수망이 결합되면서 미국은 단기간의 공격이 아니라 장기간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화력 우위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지속능력이 군사력과 결합된 결과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같은 종합전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칭전력을 활용해 미국의 전략자원을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전략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자폭드론, 소형 고속정, 기뢰, 그리고 역내 대리세력을 결합한 다층적 위협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방공망과 해군력, 정보자산을 투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란의 목표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과 비용, 군수자원을 소비하도록 만들어 협상력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
최근 미국 내 전략가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전략적 소모의 문제이다. 특히 패트리엇(PAC) 요격미사일의 상당한 소모와 정밀유도무기 재고, 방공망 유지, 생산능력 확대는 군사적 문제를 넘어 산업과 재정, 국가안보정책 전반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 일부 미국 의회 관계자들은 방공체계의 높은 소모율을 현대전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군사력의 규모보다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현대전에서는 산업생산과 군수지원이 전장의 일부가 됐다. 정밀유도무기와 방공체계, 위성과 정보자산은 지속적으로 생산·보급돼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의 산업기반과 공급망은 군사력만큼 중요한 전략자산이 된다. 동시에 동맹국의 지원과 국제사회의 협력, 해상교통로의 안정성 역시 전쟁 수행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결국 전쟁은 더 이상 군대만 수행하는 활동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역량이 경쟁하는 종합전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인내력 경쟁(Endurance Contest)’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이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대의 지속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질서 집행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이란은 비대칭전력을 활용해 미국의 전략자원을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려 한다. 전쟁의 중심은 미사일과 폭탄이 아니라 국가가 보유한 ‘전략적 지속능력의 경쟁’으로 이동한 것이다.
결국 호르무즈는 현대전의 새로운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험장이 됐다. 이곳에서 경쟁하는 것은 단순한 전투력이 아니라 국가가 전쟁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국제질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관한 종합적인 국가역량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인도·태평양과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 미래의 전략공간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호르무즈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례이다.
CAFIB는 왜 지속 가능한 질서관리 체계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CAFIB는 왜 지속 가능한 질서관리 체계로 진화하는가
호르무즈전쟁은 필자가 제시해 온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의 의미 역시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CAFIB는 처음에는 전개된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 즉시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전개된 군사·외교적 경쟁은 CAFIB가 단순한 군사운용 개념을 넘어 국가 전체의 전략적 지속능력을 통합하는 질서관리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대규모 공습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도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해상봉쇄 체계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군사행동의 강도를 조절하면서도 언제든지 다시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CAFIB의 핵심은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즉시 행동할 수 있는 전략적 준비태세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항모전단을 장기간 운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군수지원과 정비체계가 필요하며, 정밀유도무기와 방공체계의 지속적인 생산과 보급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동맹국의 기지 제공과 정보공유, 외교적 협력, 국제사회의 지지가 결합돼야만 질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CAFIB를 유지하는 기반은 군사력 자체가 아니라 산업생산과 경제력, 군수지원, 외교, 동맹을 포함한 국가 전체의 전략적 지속능력이다.
반대로 이란 역시 제한된 국가역량 속에서 CAFIB에 대응하는 방식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과 같은 지속적 질서 집행능력은 보유하지 못하지만, 미사일과 드론, 대리세력, 해상 비대칭전력을 결합해 미국이 CAFIB를 유지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려 한다. 이는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과 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을 높이려는 전략이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이며, 현대전에서 군사적 충돌 못지않게 중요한 경쟁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CAFIB가 ‘전략적 질서관리(SOM·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핵심 집행전략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략적 질서관리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설계하는 개념이라면, CAFIB는 그 질서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하는 실행체계이다. 다시 말해 SOM이 국가전략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CAFIB는 군사력과 산업기반, 군수지원, 외교와 동맹을 하나로 결합해 그 전략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집행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호르무즈전쟁은 결국 현대전에서 질서는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제질서는 압도적인 군사적 승리만으로도, 일시적인 협상 성과만으로도 유지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속적인 군사력 운용과 산업생산, 군수지원, 경제력, 동맹, 외교적 정당성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질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결국 CAFIB의 진화는 현대 국가전략의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의 군사전략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면, 오늘날 CAFIB는 승리 이후 국제질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이 호르무즈전쟁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전략적 변화이며, 앞으로 국제질서 경쟁의 중요한 기준이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속 가능한 통제권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지속 가능한 통제권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호르무즈전쟁은 통제권(Control)의 개념 역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특정 해역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거나 상대의 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통제권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통제권은 단순한 군사적 우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제 해상교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을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위기 속에서도 국제질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통제권이 성립한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동시에 항공모함 전단의 장기 운용, 방공망 유지, 정밀유도무기의 지속적인 보충, 동맹국과의 협력, 국제사회의 정치적 지지 역시 함께 유지해야 했다. 군사력만으로는 통제권을 지속할 수 없으며, 국가 전체의 전략적 지속능력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반면 이란은 해협 전체를 통제할 능력은 갖지 못했지만,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해상 비대칭전력을 활용해 국제 해상교통에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거부능력(Denial)은 통제권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국가가 더 많은 군사력과 경제력, 외교적 자원을 투입하도록 만드는 전략적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경쟁한 것은 통제권 자체가 아니라,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능력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통제권의 평가기준도 새롭게 정의하도록 요구한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통제권은 군사력이라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군사적 지속성, 산업생산능력, 군수지원체계, 경제적 회복력, 동맹의 신뢰성, 외교적 정당성, 국제규범 집행능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어느 하나라도 장기간 유지되지 못하면 통제권 역시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질서관리(SOM)는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설명하는 상위 개념이다. 전략적 질서관리는 단순히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국가전략이다. 그리고 CAFIB는 이러한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핵심 집행체계로 기능한다. 결국 지속 가능한 통제권은 전략적 질서관리와 CAFIB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
호르무즈전쟁은 현대전의 승패가 더 이상 전투의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진정한 승자는 전쟁 이후에도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전략적 선택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동맹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이다. 다시 말해 현대전의 최종 경쟁은 군사력의 경쟁이 아니라 전략적 지속능력을 바탕으로 한 질서관리 경쟁이며, 이것이 앞으로 국제질서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질서관리 경쟁의 시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질서관리 경쟁의 시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6년 호르무즈전쟁은 특정 국가의 승패를 넘어 국제질서의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략적 사례가 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군사력이 여전히 국제정치의 핵심 수단임을 확인시켜 줬지만, 동시에 군사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질서를 구축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제 국제사회가 경쟁하는 대상은 전장의 일시적인 우위가 아니라, 질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국가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의 전략환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홍해와 북극항로 등 미래의 전략공간에서도 경쟁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최종적인 승패는 단기간의 전투 결과가 아니라, 장기간 전략적 지속능력을 유지하면서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가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는 이러한 새로운 국제질서 경쟁이 가장 먼저 현실화된 시험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체계 역시 하나의 통합된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전략적 종료신호(STS)’는 기존 질서의 종료와 새로운 질서의 출발을 설명했고,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은 군사행동과 외교를 다시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결합했다.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은 새로운 질서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실행체계로 발전했으며, ‘전략적 질서관리(SOM)’는 이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통합하는 상위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번 호르무즈전쟁은 이러한 전략체계를 실제 국제정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했다.
결국 전략적 지속능력은 현대 국가경쟁의 새로운 핵심지표가 되고 있다. 군사력은 여전히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생산능력과 군수지원, 경제적 회복력, 동맹체계, 외교적 정당성, 국제규범을 유지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함께 결합될 때 비로소 국가의 전략적 지속능력이 완성된다. 이러한 종합적 국가역량이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힘이며, 앞으로 국가경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전쟁은 현대전의 본질이 단순한 무력충돌을 넘어 질서관리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미래의 승자는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 가장 오랫동안 전략적 지속능력을 유지하면서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다. 이것이 호르무즈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교훈이며, 앞으로 국제질서를 이해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에필로그: 전략적 지속능력이 만드는 새로운 국제질서
2026년 7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르무즈전쟁은 현대 국제질서의 경쟁방식이 새로운 단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쟁은 군사력이 여전히 국가안보의 핵심 수단임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군사적 우위만으로는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제 현대전의 경쟁은 전장의 일시적인 승패를 넘어 국가가 전략적 지속능력을 얼마나 유지하고 결집할 수 있는가를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호르무즈전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2월 24일 시작돼 현재까지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 역시 전장의 성과가 단기간의 군사적 성공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생산과 군수지원, 경제력과 동맹, 사회적 회복력과 정치적 의지가 장기간 결합돼야 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현대전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전쟁은 이러한 변화가 해양안보와 국제질서 관리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종료신호(STS),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 전략적 질서관리(SOM)는 각각 독립된 개념이라기보다 현대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하나의 통합된 분석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전략적 지속능력은 이러한 전략체계를 연결하는 핵심 개념으로서 군사력과 산업기반, 경제력과 군수지원, 동맹과 외교적 정당성을 하나의 국가역량으로 통합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앞으로 국제질서의 경쟁 역시 이러한 전략적 지속능력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승리하는가가 아니라, 국제질서는 무엇으로 유지되고 관리되는가에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르무즈전쟁과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은 모두 군사력 자체보다 전략적 지속능력과 국가역량이 국제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호르무즈전쟁은 새로운 전략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분석 대상이며, 전략적 지속능력은 현대전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분석틀로서 지속적인 검증과 발전이 요구되는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다양한 전쟁과 국제분쟁 사례를 축적·비교함으로써 그 이론적 범위와 설명력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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