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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한미동맹, 이견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군사적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할 때”

한미 간 대북 정보협력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정보 공유 제한이 확인된 가운데, 주미대사는 미국의 우려가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과의 고위급 협의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기식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사·예비역 해군중장. 전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이기식 예비역 해군중장 제공

한미 간 대북 정보협력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정보 공유 제한이 확인된 가운데, 주미대사는 미국의 우려가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과의 고위급 협의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군사적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주미대사는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9월 18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당시 미국 측이 정보협력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주미대사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우리 외교부 장관은 미국 측의 우려를 듣고 귀국 후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미국 측도 그동안의 진전을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미대사는 미국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보기관 사이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 관계 기관의 설명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은 미국이 제공하는 대북 정보의 총량은 줄지 않았으며 일부 특정 정보만 공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북한 구성 핵시설 관련 발언이 정보 누설에 해당한다는 미국 측 문제 제기에 반론을 제기했다. 반면 주미대사는 미국의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각 기관의 설명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은 정보협력의 실무적 상황을, 통일부는 발언의 경위를, 주미대사는 미국 정부의 반응을 중심으로 설명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충분히 설명했다고 판단하는 것과 미국이 그 설명을 받아들여 우려를 해소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보 공유의 총량이 유지되더라도 어떤 정보가 제한됐는지에 따라 군사적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이 정보협력에서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정보관리와 공개 절차는 물론 우리 측의 정보 보호와 공유 체계에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문제 제기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그 설명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졌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외교와 안보 협의의 책임이다.

제이미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주한미군 제공

더 중요한 것은 정부 차원의 상황 판단과 대응이다. 주미대사는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 주미대사관은 국가 간 이견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명이 미국에 우리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는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국가안보실은 관계 부처의 판단을 종합해 미국의 우려와 우리 측 대응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보고하고, 정부가 통일된 입장으로 미국과 협의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총괄해야 한다. 이러한 조정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이 외교의 중요한 축이며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간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에 두고 국익을 지키면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대북 정보협력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견해차를 넘어 한미 군사동맹의 신뢰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과 구체적인 해결 방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견 관리의 원칙을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연결하는 것이다. 미국의 우려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은 굴종이 아니라 군사동맹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대응이다.

그렇다고 이번 문제를 곧바로 한미동맹 전체의 위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주미대사도 미국 내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와 유대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보기관 간 협의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동맹의 기반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오랜 동맹이라는 사실만으로 개별 현안에서 발생한 신뢰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적 협력관계가 아니라 유사시 함께 작전하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군사동맹이다. 대북 정보협력은 북한의 위협을 판단하고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정보협력 문제가 장기화하면 양국의 공동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까지 정보협력 문제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실질적인 차질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14일(미국 현지시간) 워싱턴의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전작권 전환을 지지하면서도, 안보환경과 작전계획이 달라져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밝혔다. 변화한 상황이 있다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으며, 기존 전환 조+건이나 평가기준을 수정할 정도인지 한미가 충분한 정보 공유와 공동평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특히 전환 이후에도 미국의 지원전력을 포함한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로 변화한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지, 부족한 능력이 있다면 전환 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면 그 근거와 적용 방식도 양국이 합의해야 한다. 전환 시기를 앞세워 검증을 서두르거나 충분한 근거 없이 기준을 계속 변경해서는 안 된다. 전작권 전환이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한미 군사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신뢰는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일방적인 양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과 우려, 판단 근거를 충분히 공유하고 작은 이견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합의한 원칙에 따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쌓인다. 정부는 정보협력 문제뿐 아니라 전작권 전환을 비롯한 주요 안보 현안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제 정부는 남아 있는 정보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고, 한미 간 이견이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한 국익 중심의 외교도 한미 군사동맹의 안정적인 유지와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를 축소하거나 갈등을 과장하는 일이 아니라, 동맹의 신뢰를 지키고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다.

이기식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사·예비역 해군중장. 전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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