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고]극한폭염에 의한 건강 피해 대응할 ‘실시간 사망자료’가 없다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올해 폭염은 아직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소나기로 잠시 주춤했던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고 있다.

[기고]극한폭염에 의한 건강 피해 대응할 ‘실시간 사망자료’가 없다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올해 폭염은 아직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소나기로 잠시 주춤했던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3445명으로 집계됐으며, 누적 사망자도 31명에 이른다.

그런데, 폭염에 의한 우리 국민의 건강 피해는 온열질환으로 공식 보고된 수치를 뛰어넘는다. 이는 온열질환자 수 자체가 과소 추계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폭염으로 인해 ‘초과사망’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초과사망은 평소(대개 지난 10년을 기준)에 기대되는 수치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재난에 의한 건강 피해를 가장 적절히 반영해주는 지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폭염에 의한 건강 피해는 단순히 열사병 등에 의한 사망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등 기존 질환이 악화되어 발생하는 사망까지 포함해야 실제 건강 피해 규모와 양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실시간 초과사망 감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같은 폭염 등 공중보건위기로 인한 초과사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2018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최소 800명 이상으로 추산되었지만, 이는 몇년이 지난 뒤 연구보고서에 추정되었고, 당시에는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2월부터 본격화된 오미크론 서지로 인해 60% 이상의 초과사망이 있었지만 이 또한 몇달 늦게 추정되었을 뿐이다. 지난 의·정 사태로 인한 초과사망 여부도 논쟁은 있었지만, 실시간 사망자료에 근거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망신고체계가 갖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사망이 발생할 경우 유가족이 한 달 이내에 행정기관에 종이로 된 사망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이를 국가데이터처에서 두어 달에 걸쳐 집계한다. 이후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행정자료와의 연계를 거쳐 그 다음해 9월에 공식적인 사망통계로 공표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이 폭염과 팬데믹 등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이 사망하는지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

이에 비해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사망이 발생하면 의료인에 의해 즉시 전산으로 보고되고, 대략 1주일 내에 초과사망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프랑스 공중보건당국은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6월28일, 바로 직전 일주일 동안 약 1000명의 초과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발표했다. 이들 초과사망자의 85%는 65세 이상 고령자로 밝혀졌다. 이러한 발표가 가능했던 것은 실시간 사망감시 전산 인프라가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급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 초과사망 역시 역대급 수준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폭염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은 이러한 초과사망 정보에 기반해 보다 즉각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IT 강국 대한민국의 사망신고체계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이제라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김동현 한림대 보건과학대학원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