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더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 도구여야
답 찾는일 쉬울수록 질문 만드는 교육 중요
학교는 ‘안전한 엄마 품’ 같은 공간돼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최근 인천시교육청 읽걷쓰AI(인공지능) 정책연구에 의하면 교사의 94.7%가 교육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은 69.8%, 중학생은 84%가 학교 공부를 위해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AI를 학교에서 허용할 것인지 금지할 것인지를 논쟁하던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AI는 교실 안으로 들어왔고, 교사와 학생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책임 있게 사용할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은 아직 조심스럽다.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과제 가운데 어디까지가 학생의 생각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학생도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정당하게 활용하고도 의심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인간중심교육은 기술을 교실 밖으로 밀어내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술을 받아들이되,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AI가 빠르게 답을 만드는 시대일수록 학생이 직접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시간은 더 소중하다. AI의 답이 사실인지, 빠진 관점은 없는지, 자신의 문제에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힘도 필요하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수업, 학습 및 연구 훈련에서의 AI 사용에 관한 보고서’와 Future Design School(FDS)의 ‘교육의 미래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인간의 주체성과 사고 과정을 강조한다.
MIT 보고서는 교과와 과제의 성격에 따라 AI 사용 범위가 달라야 하며, 학생이 AI의 도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대면 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교사와 학생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수정하는 공동학습의 가치도 강조한다.
FDS는 AI에 생각하는 일 자체를 맡기는 현상을 ‘생각의 외주화’라고 설명한다. 막히는 순간마다 AI부터 찾는다면 과제는 빨리 끝낼 수 있지만, 문제와 씨름하며 얻는 배움은 줄어든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다시 읽고, 틀린 답을 고치며, 친구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판단력과 끈기, 창의성을 기른다. AI는 이 과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도록 돕는 도구여야 한다.
인천교육은 학생에게 AI 사용법을 빨리 익히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발달 단계에 따라 필요한 경험을 먼저 갖추고, 그 기초 위에서 AI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H-A-H(Human-AI-Human) 학습 원리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학습은 인간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학생은 자신의 질문을 가지고 AI와 대화하며 자료와 관점을 넓힌다. 그러나 AI의 응답에서 학습이 끝나서는 안 된다. 마지막에는 다시 사람이 내용을 확인하고 자신의 맥락에서 해석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읽고 걷고 쓰는 활동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읽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세계를 만나고, 걷기는 사람과 장소, 자연과 생활을 몸으로 살펴보며, 쓰기는 그 경험을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학생은 자기 생각의 뼈대를 세운다. AI는 그 뼈대를 대신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점검하고 넓히는 협력자여야 한다.
학교의 경쟁력을 더 많은 기기나 더 빠른 프로그램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새로운 기술 앞에서도 자기 질문을 잃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AI의 답을 의심하고 다른 자료와 비교하며, 자신의 말로 설명하고 판단한 바를 삶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교육이 말하는 ‘호모 에르디토(Homo Erudito)’는 그렇게 배우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답을 찾는 일이 쉬워질수록 질문을 만드는 교육은 더 중요해진다. 학교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곳이어야 한다. 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모른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으며, 교사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안전한 엄마 품과 같은 공간이어야 한다는 말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기르는 일. 인천교육이 ‘읽걷쓰AI’를 통해 가고자 하는 길이다. 기술은 계속 달라지겠지만, 교육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원칙까지 달라질 수는 없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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