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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 사관학교 통합, 절차도 방향도 다시 세워야

최근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엇을, 왜,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기고] 사관학교 통합, 절차도 방향도 다시 세워야

최근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엇을, 왜,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전의 핵심인 합동작전 역량 강화라는 본질보다 초급장교 양성기관의 물리적 통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사회와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되면서 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하지 못했고,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진해 지역 주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개혁 방향과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일이다.

첫째, 사관학교 통합의 대상과 추진 순서부터 잘못됐다. 사관학교는 초급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국방부는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1·2학년은 공동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군별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합동작전을 계획하고 지휘하는 주체는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과 영관급 장교들이다. 미래전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초급 장교가 아니라 합동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고급 지휘관 역량이다. 따라서 사관학교를 먼저 통합할 것이 아니라 육·해·공군대학 등 고급 지휘교육 과정을 우선 통합해 합동지휘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개혁이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며 진해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창원시와 지역 주민, 상인,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청회는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해는 80년 가까이 해군과 함께 성장해 온 도시다. 주민들은 군사시설 보호와 안보를 이유로 고도 제한 등 각종 개발 규제를 묵묵히 감내해 왔다. 여기에 해군작전사령부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해군사관학교까지 이전한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해군사관학교는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진해군항제 기간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되는 대표 명소이자, 생도와 가족들의 방문,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지역 상권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이다. 국가안보라는 명분만으로 특정 지역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정책은 지속 가능한 국방개혁이라 할 수 없다.

셋째,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역발전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지역의 희생만을 전제로 한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 대안으로 첨단 해양·항만·물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국립항만·물류대학교’를 진해신항이 위치한 진해에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창원은 진해신항과 부산신항, 가덕도신공항, 철도가 연결되는 대한민국 최대 복합물류 거점이다. 이러한 입지적 강점을 활용해 스마트 물류, 공급망 관리(SCM), 항만물류, 물류데이터 등을 아우르는 국립 해양·물류 대학을 설립한다면, 이는 단순한 보상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항만·물류 산업 미래 경쟁력을 이끌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국방부의 사관학교 통합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통합 대상의 우선순위가 타당한지,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확보됐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초급장교 양성기관부터 통합할 것이 아니라 영관급 이상 지휘관의 합동지휘 교육체계를 먼저 개편하는 것이 미래전에 대비하는 올바른 국방개혁의 출발점이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창원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발전 방안을 함께 마련할 때 비로소 국민이 공감하는 국방개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석기(전 창원시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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