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율촌 자문 거쳐 도입…농협은행은 책무구조도 6차례 변경 제출
[편집자주] 금융 사고를 둘러싼 책임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흐름입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금융권의 ‘책무구조도’ 도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요 은행 및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금융 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주간한국이 국내 주요 금융 기업들을 대상으로 알아봤습니다.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NH농협금융그룹(이하 농협금융)도 지주와 은행을 잇는 내부 통제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내부 통제 규정에 이사회·대표이사·내부통제위원회·내부통제협의회·그룹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정했다.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 안건을 여러 차례 다루며 임원 직책·조직 개편·자금 세탁 방지 업무 관련 책무 등을 반영했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 NH농협금융, 지주·자회사 보고체계 규정으로
농협금융 내부 통제 규정은 지주·자회사 임직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규정에 따르면 지주 이사회는 금융지주·자회사를 통할하는 내부 통제 체제의 구축·운영 기준을 정하고, 내부 통제 기준·책무구조도 마련 및 변경 등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농협금융 대표이사는 내부 통제의 전반적인 집행·운영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관리 조치와 보고를 수행하고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거나 주요 내용을 변경할 때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룹 준법감시인은 금융지주와 자회사 내부 통제 체제를 총괄한다. 자회사 준법감시인은 그룹 준법감시인에게 정기 보고하는 등 준법 감시 업무 관련 지휘·보고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룹 준법감시인은 지주·자회사에 윤리 헌장·윤리 강령·내부 통제 기준 등의 준수 여부를 점검·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농협금융은 책무구조도 도입 과정에서 외부 자문도 활용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본지에 “도입 당시 글로벌 컨설팅사 PwC와 로펌 율촌의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무구조도는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각 임원별로 무엇을 했는지 증빙해야 하는 구조”라며 “임원별 관리 조치와 보고 내용을 증적(證跡)으로 남기기 위해 전산화를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농협금융은 책무구조도 증적 표현을 쓸 정도로 시스템 기반 자료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문제가 생겼을 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수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 될 수 있다”며 “매달·분기별·반기별·연간 단위로 증적 자료를 모으는 체계를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에는 별도 정보기술(IT) 조직이 있고, 준법 감시 시스템 안에 책무구조도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며 “관련 시스템 고도화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NH농협은행 이사회는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안을 여섯 차례 심의·의결했다. 자료=NH농협은행 ‘2025년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 농협은행,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 안건 수차례 의결
농협은행은 지난 3월 6일 ‘2025년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이하 보고서)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말 기준 총 8명으로 구성됐고, 이사회 내 위원회는 내부통제위원회 등 6개다.
농협은행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 통제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임원과 대표이사가 법령에 따라 내부 통제 관리 조치와 보고를 수행하는지 점검·평가한다. 농협은행 이사회도 지난해 2월 리스크 관리 규정 일부 개정안을, 3월에는 내부 통제 정책 제정안을 의결했다. 보고서는 내부 통제 정책을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가 수립해야 하는 최상위 내부 통제 규범으로 정했다.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 안건도 여러 차례 다뤄졌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3월 7일·4월 24일·5월 22일·8월 28일·9월 25일·12월 19일 이사회에서 ‘농협은행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9월 25일에는 ‘2025년 상반기 내부통제 총괄 관리조치 이행 결과’도 보고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제14차 이사회에서 조직 개편에 따른 책무 변경과 자금 세탁 방지 업무 관련 대표이사 책무 신설 등을 포함한 ‘농협은행 책무구조도 변경 제출안’을 심의했다. 보고서에는 신임 임원이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의견이 경영진에 전달됐다고 기재됐다.
농협은행은 올해 경영 계획에서도 내부 통제 강화 방향을 제시했다. 농협은행은 2026년도 전략 목표를 ‘품격을 담은 디지털금융 완성’으로 정하고 추진 전략 중 하나로 ‘소비자권익 우선경영’을 제시했다. 이 항목에는 금융 소비자 보호와 내부 통제·책임 경영·리스크 관리 강화가 포함됐다.
도입 초기에만 외부 자문을 받은 농협금융과 달리 농협은행은 외부 자문을 여전히 받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 사명은 밝히기 어렵지만 외부 자문은 받고 있다”며 “내재화 일환”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NH농협금융지주
◇ “운영 자율화·책임 경계 중요”
지주사와 은행의 분리 운영에 대해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확한 목표를 제시하되 운영 방법은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며 호평했다. 양 교수는 지주와 은행 간 책임 경계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권한은 지주회사에 있고 책임은 은행 등 자회사에 있다면 책임과 권한이 분리돼 책무구조도 제도는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업권 전반에서 책무구조도가 작동하려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충분한 권한을 줬다면 사고 요소를 각 책임자가 검토하고 수정해 사고 예방 체계를 설립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법으로 책임을 규정한 체크리스트나 문서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행정적 사항이나 절차를 위주로 지표를 만들면 실제 사고 방지보다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다”며 “가장 명확한 평가 기준은 사고의 제거가 아닌 감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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