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면 손해일까?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상관 없을까? 다들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걸까? 비겁함과 절박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는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관성에 기대어온 우리의 선택과 판단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최근 KAIST 연구진이 인공지능(AI)에게 칸트의 ‘정언명령’을 학습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대신 결정해 주는 시대, 기계조차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배우는데 정작 인간인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졌느냐는 질책이다. 저자는 32가지 문답을 통해 칸트 철학을 현대인의 일상에 밀착시킨다. 칸트는 어설픈 위로 대신 명확한 기준을 제안한다. “내 행동의 원칙이 모두의 법칙이 되어도 괜찮은가?”라는 준엄한 질문은 정보의 과잉 속에서 무너진 사유의 뼈대를 다시 세운다.
책은 관계와 일의 가치도 칸트의 렌즈로 재정의한다. 관계의 품격은 타고난 다정함이나 상대를 자신의 만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목적’으로 대우하려는 의지적 태도에서 완성된다. 또한, 성과가 나지 않아 괴로울 때에도 결과가 아닌 ‘선의지’, 즉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려는 태도 그 자체의 존엄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정답을 빌려 쓰는 삶은 편할지 모르나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 본능과 욕구, 타인의 평가에 휩쓸리는 것은 자유가 아닌 ‘타율’일 뿐이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주체성을 회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줄 단단한 ‘생각 매뉴얼’이 돼줄 것이다. 아키모토 야스타카 지음/김슬기 옮김/김영사/248쪽/1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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