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일 순창군수. 사진=순창군 열린군수실 홈페이지.
최영일 순창군수가 재선 직후 풀뿌리 지역신문 열린순창의 선거 기간 의혹보도 등 11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선거 기간 운영하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최종 기각됐다. 기각에 대한 최 군수의 재심 요청 사흘 뒤 순창군이 열린순창에 구독 중단을 통보하면서, 열린순창이 백지광고를 통해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 군수와 순창군 측은 구독 중단이 언론중재위 시정요구와는 별개로 그동안 계속해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데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최영일 순창군수, 재선 직후 열린순창 11건 기사 시정 요구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최영일 순창군수는 6·3 지방선거에서 재선된 직후인 지난달 10일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 열린순창 보도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최 군수에 대한 의혹보도 등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보도된 총 11개 기사에 대한 시정 요구다. 최 군수가 제출한 시정 요구서를 보면, 최 군수는 열린순창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등 측면에서 선거기사 심의기준에 위배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열린순창은 최 군수의 친동생이 하천부지를 불법·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을 보도했는데, 최 군수는 열린순창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군수가 해당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주민 인터뷰를 게재해 마치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 군수가 선보였던 펀드의 원금 일부가 미상환됐다는 엘지헬로티브이 보도를 인용한 기사에 대해서도, 최 군수는 “법 위반을 주장하는 입장의 인터뷰만 게재해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 지난 3월3일 최 군수의 친동생이 하천부지를 불법·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을 보도한 열린순창 기사 갈무리.
다른 기사에 대해서도 최 군수는 반론권 보장이 없었다는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최 군수는 오은미 순창군수 예비후보(진보당)가 최 군수에게 4대 의혹 해명을 촉구한 기자회견 현장 기사에서도, 이어진 군민 23명의 수사 의뢰와 경찰 고발 기사에서도 본인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선출된 정치인의 의도에 따라 사람을 채용하는 군 관련 일자리는 공정한 기회와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창은 기득권(적폐)이 득세하며 사욕을 채워가는 곳” 등의 내용이 담긴 기자 칼럼과, “오은미 군수가 되면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시민 기고문을 게재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열린순창은 언론 자유와 공익적 감시 기능에 기반한 정당한 보도였다고 반박했다. 열린순창은 시정요구 관련 의견서에서 “최 군수가 문제를 제기한 기사들은 공직자 가족과 관련된 불법 의혹, 최 후보의 펀드 미상환 논란, 군수 후보 수사 의뢰 및 고발 사실 등을 다룬 것으로 단순한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공직 수행의 도덕성과 행정의 신뢰성과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련된 의혹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적 관심사이므로 언론이 이를 취재·보도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요구되는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반론권 보장 문제에 대해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일부 기사에서 즉각적 반론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지면 제작 일정과 기사 마감 등의 현실적 제약에 따른 것이며, 특정 후보에게 의도적으로 반론 기회를 배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친동생 부지 불법 사용 기사 관련해선 친동생에게 확인한 내용을 근거로 작성했다며, 해당 부지는 최 군수가 일반인·군의원 시절이던 때 본인이 축사를 운영하던 곳으로 군수 취임 후 출퇴근하며 매일 오가던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이 ‘최 군수가 동생의 불법을 몰랐을리 없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미상환 논란에 대해선 LG헬로TV 기사에 담긴 최 군수 측 반론을 거의 원문 그대로 전했다며, 4대 의혹 제기 관련 최 군수 입장문은 5월6일자 1면에 전문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칼럼·기고문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지역사회 구조적 문제와 선거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제시”했다며 ‘외부 기고·투고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언중위 기각 불복해 재심 요청, 사흘 뒤 순창군 구독 중단·정보 미제공 통보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역시 열린순창의 주장을 받아들여 같은 달 18일 최 군수의 시정요구를 기각했다. 심의위는 “심의 대상 기사가 당시 현직 군수였던 최 군수와 특수관계인 관련 검증 보도라는 점에서 단순 후보자와 관련 기사보다는 그 영역을 더 넓게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체로 최 군수의 반론 내지 해명문이 반영된 점, 기사 배치나 기고문상 나타난 의견 표현의 수위가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신문 편집의 자유를 벗어나 불공정한 보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 7월1일자 열린순창 1면 갈무리.
그러나 최 군수는 이에 불복해 26일 재심을 요청했다. 사흘 뒤인 29일엔 순창군이 열린순창에 구독 중단을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순창군 기획예산실 공보팀장은 이날 최육상 열린순창 편집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열린순창의 편파 보도로 많은 직원들이 불만을 호소해왔다’고 주장하며 7월1일부로 구독을 취소하고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공보팀장은 해당 조치가 최 군수의 지시가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 7월1일자 열린순창 16면에 게재된 백지광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열린순창 내에선 곧장 “재정 문제를 볼모로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려는 술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열린순창은 7월1일자 지면에 <열린순창을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백지광고를 내고 순창군의 조치에 항의했다. 최육상 국장은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일주일 후 시정요구를 한 것은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이자 언론탄압”이라며 “의혹들을 깔끔하게 털고 가야 재선 시 행정도 신뢰감을 얻고 군민의 믿음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도로 지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원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어간 재심 청구, 구독 해지, 보도자료 제공 중단은 언론탄압을 위한 수순을 하나씩 밟아가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최영일 군수 “이해당사자에게 확인 없어…기각됐으나 끝까지 책임 물을 것”
최 군수는 구독 중단이 언론중재위 시정요구와는 별개로, 열린순창이 그동안 반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은 데 따른 순창군 차원 조치라는 입장이다. 최 군수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구독 중단과 자료 미제공 조치에 대해 “지금까지 (열린순창이) 행정 기사를 쓰면서 반론 기회를 주지 않아 관련 부서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제소(시정요구)와는 별개”라며 “열린순창은 선거 기간 동안 저에게 유선상이나 공문으로 기사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영일 군수 이름으로 제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보팀에서 보도 행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그러한(구독 중단) 결정을 내린 걸 보고는 받았지만, 제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편파보도에 대한 감정으로 구독 중단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군에서 20년 정치를 하며 열린순창이 지역 내 진보언론으로서 검증하고 비판도 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임기 동안 비판 기사를 쏟아냈어도 한 번도 신문사에 개인적으로 이의를 제기해본 적 없다”며 “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를 만들어 순창 320개 마을에 전부 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끔 했고, 민선 7기에서 지원했던 광고료보다 더 많은 광고료를 지원했다. 나를 잘 봐달라는 뜻이 아니고, 지역언론이 어려우니 지원을 통해 바로 서게끔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뒤이어 “제가 서운한 것은 예민한 시기에 많은 보도를 내면서 이해당사자인 군수에게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낼 수 있냐는 것”이라며 “두 번 기각을 당했지만 제 기사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구독 중단을 통보했던 순창군 기획예산실 공보팀장도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군수님 지시가 아니라 기존 직원들 불만도 많았고 꾸준히 논의가 있었던 부분이기에 검토해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팀장은 “선거 의혹 보도를 했다고 (구독 중단을) 한 게 아니다. 전부터 지속적으로 한쪽 입장만 대변하고 행정에 대한 반론권을 주지 않았다”며 “일주일 뒤에 반론보도를 실어도 요즘은 하루 지나면 가짜뉴스가 사실이 되는 세상인데, 취재할 때 반론을 같이 싣고 행정 입장도 취재해달라고 항상 말씀드렸는데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보복 조치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언론사의 편집권은 자유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충분히 이야기 했고 자료도 줬는데 빼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라며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열린순창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육상 편집국장은 3일 통화에서 “민감한 사안인 경우 사실확인도 하고 반론 취재도 했다. 굳이 반론을 들을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되면 종결해서 기사를 쓸 수도 있다”며 “(순창군 측과) 주기적으로 소통을 했고, 본인들이 ‘이렇게 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저렇게 썼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예를 들어 기본소득 관련해서도 기사 여러 건을 썼는데, (순창군) 의견도 반영했고, 노력하는 부분도 실었고, 담당 팀 인터뷰도 실었다. 근데 특정 시점에 특정 기사만을 문제 삼으면 동의할 수 없다”며 최 군수가 시정요구한 기사들에 대해서도 “본인들이 보내 온 입장문을 명확하게 실었다. 아예 안실었으면 몰라도, 반론 보장이 안됐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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