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노트북LM' 연동…AI 생태계 합종연횡 가속
네카오, AI 에이전트로 사업 재편…지도 앱 '데이터 전쟁' 돌입
공공시장 수주전 뛰어들고 비주류 서비스 잇따라 퇴장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구글이 자사 AI 서비스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내는 가운데 국내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도 비주류 서비스를 정리하고 AI 에이전트에 역량을 집중하는 대규모 사업 재편에 나섰다. 지도 앱에서는 이용자 리뷰 데이터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정부의 AI 전환(AX) 예산이 5배 급증하면서 공공시장 수주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AI 시대의 플랫폼 경쟁이 개별 서비스 품질 싸움을 넘어 누가 더 촘촘하고 끊김 없는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느냐의 싸움으로 본격 전환되고 있다.
◇구글 '암기형'과 '창발형' AI 결합
=12일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미나이와 노트북LM의 통합을 발표했다. 노트북LM은 구글 시트·드라이브 파일·PDF·MS 워드 문서 등 각종 자료를 요약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주어진 자료 범위 내에서만 답변할 수 있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제미나이는 추론을 통해 새로운 답변을 생성하지만 이른바 '할루시네이션(허위 정보 생성)' 문제가 단점으로 꼽혀왔다.
양자의 결합은 이러한 약점을 상호 보완하는 구조다. 기존 자료를 정확히 정리하는 역할은 노트북LM이 맡고 이를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생성하는 데는 제미나이가 활용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암기형 AI'와 '창발형 AI'가 협력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을 제미나이가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첫걸음으로 평가한다. 구글 자체적으로도 노트북LM이 단순한 "연구 도우미"를 넘어 "연구에서 콘텐츠 제작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파이프라인으로 진화했다고 자평했다.
이 같은 행보는 챗GPT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빗나간 것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생성형 AI 웹 트래픽에서 챗GPT는 64%, 제미나이는 21%를 기록했다. 1년 전인 2025년 1월에는 챗GPT가 87%, 제미나이가 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서비스 간 연동을 넘어 기업 간 협력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신형 스마트폰 출시 과정에서 제미나이 연동을 전면에 내세웠고 오픈AI와 카카오는 협업을 통해 '카카오 인 챗GPT'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 '별점 부활', 카카오 '인증마크'…지도 앱도 데이터 전쟁
=국내 지도 서비스 시장도 분주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별점 후기'와 '신뢰 데이터'를 앞세워 차별화 경쟁에 나서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지난 6일부터 '네이버 플레이스(장소)'에 5점 척도의 별점 리뷰를 재도입했다. 2021년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키워드 리뷰로 전환한 지 3년 만의 전략적 회귀다. 수십 개의 텍스트 리뷰를 읽지 않아도 숫자 하나로 장소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직관성이 이용자 요구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별점 재도입과 함께 반복적인 저점 평가나 특정 업소를 겨냥한 악성 리뷰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초기에는 별점 데이터를 즉시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뢰도를 관리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질적 신뢰도'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카카오맵에 현장 사진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예약 이용자의 리뷰에는 결제 인증 표시를 강화하는 등 후기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유용한 순' 정렬 방식도 새로 도입해 사진과 결제 인증이 포함된 양질의 정보를 상단에 배치했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후기 미제공 상태'에서도 부적절한 리뷰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점주 보호를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의 본질이 '오프라인 데이터 패권' 싸움이라고 본다. 지도는 이용자의 위치·경로·취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며 여기서 확보된 데이터는 타깃 광고 수익을 넘어 자율주행 기술과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핵심 자산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부가 구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하면서 토종 플랫폼들이 '한국형 로컬 최적화'와 '압도적 데이터 신뢰도'를 방어 전략으로 내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카오, 비주류 서비스 정리하고 AI 에이전트에 집중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부 서비스를 잇따라 종료하며 사업 구조 재편에도 나섰다. 카카오는 약 9년 만에 카카오TV 서비스를 마무리한다. 업스테이지에 다음을 매각하면서 다음 플랫폼 기반 서비스들을 정리하는 수순이다. 카카오TV 서비스 종료일은 오는 6월 30일이며 기존 업로드 영상의 다운로드 백업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내달 9일 클로바X와 큐:의 서비스를 종료한다. 2023년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출시한 지 약 2년 반 만이다. 서비스 종료 후에는 기존 대화 기록에 대한 접근이 전면 제한되며 데이터 복구도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비주류 사업 정리로 해석하지만 업계에서는 클로바X·큐: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AI 에이전트' 개발의 발판으로 전용(轉用)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본다. 실제로 네이버는 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AI 브리핑을 출시했고 클로바X 기술 일부를 반영한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도 선보였다.
◇공공시장 선점 경쟁…올해 AX 예산 2조4000억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를 'AI 수익화'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B2G(기업-정부 거래) 시장에서도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AI 전환(AX)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33개 부처·청·위원회에 투입되는 AX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5배 늘어난 2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네이버는 'AI 주권'을 내세우며 공공부문 사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수력원자력에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AI 인프라를 구축했고 최근에는 금융감독원과도 AI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AI 업무 협업 툴 '네이버웍스'는 행정안전부·과기정통부·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협업 플랫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공공부문 공략의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난달 10일 행안부와 협력해 선보인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를 통해 공공서비스와의 연계를 확대하고 국민연금공단과도 AI 기반 연금 서비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LM 성능은 평준화…생태계 전략이 경쟁의 핵심"
=IT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이제 모델 성능이 아니라 수익화 속도에 달려 있다. 구독 기반의 글로벌 빅테크와 달리 국내 플랫폼은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용자를 붙잡는 것을 넘어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효용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올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 시대의 플랫폼 경쟁은 결국 데이터 잠금(lock-in) 싸움이다. 이용자의 검색·구매·예약 데이터가 쌓일수록 서비스는 정교해지고 이용자는 플랫폼을 떠나기 어려워진다. 누가 먼저 일상 깊숙이 파고드는 생활형 에이전트를 안착시키느냐가 향후 5년의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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