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거래일 대비 181.75(3.22%) 내린 5460.46으로 마감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유례를 찾기 힘든 상승세를 구가했던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3대 메모리 업체의 주가가 26일 일제히 하락했다. 구글의 메모리 효율화 기술인 ‘터보퀀트’가 영향을 미쳤다는 등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이러한 흐름이 지난해 ‘딥시크 쇼크’처럼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또는 추세 반전으로 이어질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 시세를 보면, 삼성전자는 전거래일에 비춰 4.71% 하락한 18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6.23% 떨어진 93만3000원, 한미반도체는 7.33% 내린 27만8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2%대 하락에 그쳤던 이들 주가는 장중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 시장이 오름세(1.59%)를 보였던 전날(-0.37)부터 이틀 연속 하락세였다.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81.75(3.22%) 내린 5460.4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 반도체 대표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 흐름을 뒤쫓는 듯한 모습이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3.40% 떨어지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최근 5일 동안의 하락 폭은 17.2%에 이른다. 최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이후 줄곧 하락세다.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이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강세를 보이는 상황과 대비된다.
이날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동반 약세에는 구글이 인공지능 모델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최대 6배까지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터보퀀트’ 기술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일한 메모리로 6배 더 긴 대화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 효율성이 엄청 향상되는 것인데, 메모리가 생각보다 덜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생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규모로 진행되는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과열 우려가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는 것이다.
그간 진행된 반도체주 주가 급등세에 차익 실현의 명분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으면 보통 주가가 폭등해야 하는데 이러한 흐름이 연속해서 이어지지 않고 지금이 고점이란 투자자들의 ‘셀온’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한 약세로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이수림 디에스(DS)투자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 기술에 대해 “중장기적으론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를 더 가속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일혁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딥시크에 대한 공포는 잠시였고, 이후 인공지능 시장 성장은 가속화됐던 ‘제본스 역설’의 재현”이라고 했다. 제본스 역설이란 자원 효율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수요가 커지고 소비 증가를 불러온다고 주장한 영국 경제학자의 이름을 딴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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