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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취임일부터 조용식 울산교육감은 교육공동체 신뢰회복 홍보활동(캠페인)으로 초중고를 직접 찾아 따뜻한 등교 맞이로 교육공동체와 소통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제공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은 무너진 학교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변화한 시대에 맞춰 교육의 책임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다. 본보는 교육의 책임을 학교에만 두지 않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동반자적 신뢰를 쌓아 '아이 키우기 좋은 울산' 조성에 힘써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 모범적인 사례와 교육 행정, 과제에 대해 네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교육은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다. 교육은 바로 현재의 삶 그 자체다"-교육철학자 존 듀이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은 학교가 사회의 다양한 관계와 갈등,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여러 학생들 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차별, 혐오, 멸시가 일어나고, 물질만능의 시류에 편승해 금전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부터 우열을 가리고 그 잣대를 생활 곳곳에 적용해버리는 최근 학교는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학교 폭력,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 등은 학교 현장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대화와 협력보다는 민원과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기에 학교가 더 이상 교사 혼자 학생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공간이어선 안된다. 학생은 교육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과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서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여기에 지역사회까지 교육의 동반자로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서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11월 신뢰회복추진위원회 구성
조용식 울산시교육감은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1일 '울산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추진 방안'을 첫 번째 결재 정책으로 확정했다. 교육활동 침해와 학교폭력, 갑질, 악성 민원 등 교육 주체 간 갈등과 불신을 줄이고 상호 존중과 협력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어 8월에는 학생·학부모·교직원·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1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13일에는 교육 4주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약 400명이 참여하는 범시민추진단도 출범했다. 11월에는 신뢰회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발굴과 실행 과제를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로부터 제안받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교육공동체의 신뢰 회복인가.
무엇보다 교육 현장의 갈등이 교육 자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 등이 반복되면 교사는 학생 교육보다 민원 대응과 책임 문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고, 학생은 안정적인 교육환경에서 배울 기회를 잃는다. 학부모 역시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면 교육활동에 협력하기보다 감시와 대립의 관계에 놓일 수 있다.
특히 학교폭력 등 교육 현장의 문제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학교 갈등의 사법화' 현상은 교육공동체의 관계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올해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학교 현장이 처한 참담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이자, 공교육 시스템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일깨우는 경고장이었다. 체벌과 물리력을 행사하는 교권보호국의 등장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판타지이지만, 현실의 답답함을 드라마를 통한 대리만족으로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교권보호국의 초법적 행위로 인한 통쾌함은 일시적이었고 드라마에 대한 주목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이슈도 가라앉았다.
조용식 울산교육감이 8월 26일 등교시간 신정고와 학성고 앞에서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제공
그만큼 현실의 학교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아이들의 내일을 지키는, 더 길고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가 전면에 내세운 것들. 무너진 교실의 민낯, 통제 불능에 이른 일부 학생들의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손발이 묶여버린 교사들의 절망감은 허구가 아니라 오늘의 교육 현장에 실재하는 문제들이다.
울산교육청이 신뢰회복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처벌이나 제도적 규제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갈등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교육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 주체 간 관계가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변화고 있는 것도 신뢰회복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 넘어 지역사회 전체로 신뢰 회복 범위 확대
오늘날 학생은 자신의 생각과 권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학교 교육에 관심이 지대하다. 지역사회 역시 학교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높다. 교육 전문가로서 교사는 이들의 권리에 부응해야 하고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역할로 힘겹다.
결국 교육 주체들이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학생은 교복입은 시민이다. '신뢰회복'을 통해 교육의 책임이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 학생 간 교육격차 등 복합적인 문제는 학교나 교육청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지역사회가 학교를 단순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함께 책임지고 지원하는 교육의 동반자로 참여해야 한다.
울산교육청이 신뢰 회복의 범위를 학교에서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 교육 관련 기관이 교육 현안에 함께 참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울산교육청의 새 비전 '오늘이 행복한 울산교육' 역시, 교육 4주체간 신뢰 회복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울산교육청은 이러한 정책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 4주체가 참여하는 신뢰 회복 과제 발굴, 존중과 소통의 교육문화 확산,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의 조직문화 개선, 시민사회·지자체와의 협력 강화 등 네 가지 방향을 설정했다.
울산교육청의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정책은 결국 교육의 본질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출발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과 현장의 변화다. 교육 주체 간 신뢰 회복이 울산교육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AI 시대를 맞으며 학교와 교사는 '21세기 학생'을 교육하며 배우고 같이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제 뉴노멀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교육 현장을 지역사회가 전폭적으로 응원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 4축의 신뢰회복이 답이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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