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광주의 오월’ ‘전남의 오월’ 나눠진 5·18 기념사업 하나로

전남광주시가 출범했지만 5·18 기념사업은 여전히 ‘광주의 오월’과 ‘전남의 오월’로 나뉘어 있다.

‘광주의 오월’ ‘전남의 오월’ 나눠진 5·18 기념사업 하나로

‘광주의 오월’ ‘전남의 오월’ 나눠진 5·18 기념사업 하나로

광주·전남 통합 다시 하나되는 5월 <4> 흩어진 오월 하나의 기억으로

매년 행사위 꾸리는 방식 탈피

제주4·3처럼 컨트롤타워 필요

전남광주 5·18 전담기관 세워

추모·교육·사적지관리 공동으로

2026년 08월 04일(화) 21:30

전남광주시가 출범했지만 5·18 기념사업은 여전히 ‘광주의 오월’과 ‘전남의 오월’로 나뉘어 있다.

5·18 50주년을 4년 앞둔 지금, 해마다 행사위원회를 꾸려 예산을 나누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부터 집행·평가까지 책임지는 상설 전담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의 기념행사는 시민사회 주도형으로 뿌리내렸다. 광주시는 1988년부터 5·18 전담조직을 운영해 왔지만, 매년 5월 핵심 행사는 민간 중심의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기획하고 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다.

최근 5년간 본행사 예산은 7억5000만~9억2000만원이었으며 2026년에도 9억원이 편성됐다. ‘오월의 노래’, 역사문화 기록작품 전시 등 개별 사업도 시민·문화예술단체가 각각 수행한다.

시민의 참여와 현장성을 지켜왔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주체가 분산돼 장기 전략을 세우고 성과를 축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남은 행정이 전체 틀을 짜는 방식으로 기념사업을 확대해 왔다.

2019년 처음 도 자체 기념식을 열었고, 2020년부터 도청 기념식과 시·군별 기념사업을 나눠 지원했다. 2026년에는 도 자체 행사에 2억8000만원, 시·군 행사에 6500만원을 편성했다.

전남도청 옛 현판 앞에서 열린 46주년 기념식도 전남도가 주최하고 전남5·18민중항쟁46주년기념행사위원회가 주관했다. 시민·오월단체가 행사위원회에 참여했지만 행사 장소와 예산 배분, 시·군 지원은 도 행정망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문제는 두 방식이 한 번도 하나의 광역 기념사업 체계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통합 전 광주시와 전남도가 함께 추진한 5·18 기념·추모·교육·사적지 관리·학술·홍보 공동사업은 한 번도 없었다.

같은 항쟁을 기념하면서도 주제와 일정, 예산, 사적지 활용, 교육·문화 프로그램, 사후평가가 제각각 짜였다. 광주의 전국화·세계화 사업과 전남 시·군의 항쟁사가 서로를 보완하지 못한 채 병렬적으로 놓인 이유다.

전남광주시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대안은 5·18기념재단을 상설 공공기념기관으로 확대 개편하거나 별도의 ‘5·18기념사업회’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전담기관에는 50주년 마스터플랜과 연도별 주제 선정, 국가기념식 협의, 시·군 행사 지원, 사적지·기록물 활용, 교육·국제교류, 예산 배분과 사업 평가까지 맡겨야 한다.

현행 조례에도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5·18기념재단에는 기념·추모뿐 아니라 교육·학술·문화예술·국제교류, 진상규명과 왜곡 대응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제도적 기반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권한과 사업을 묶어낼 결단이 부족했던 셈이다.

모델은 제주4·3에서 찾을 수 있다.

4·3 국가추념식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지만, 제주4·3평화재단이 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와 추모·유족복지, 문화·학술, 평화교육·교류, 평화공원과 기념관 운영을 연중 맡는다.

하루짜리 국가행사와 지역의 기억·교육사업을 상설 기관을 축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전담기관을 만든다는 것이 시민사회를 행정 아래 두자는 의미는 아니다.

광주의 시민 주도성과 전남의 시·군 행정망을 하나의 운영체계에 넣되 유족·오월단체·시민사회·지역 행사위원회·학계가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관 공동 구조를 갖춰야 한다.

광주시는 50주년 기획단을 꾸리고 2027년 말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임시기구만으로는 2030년 이후까지 책임질 수 없다. 매년 5월 조직을 다시 꾸리는 방식으로는 5·18의 전국화·세계화도, 전남지역 항쟁 기록의 복원도 지속하기 어렵다.

전남광주시의 과제는 행사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오월을 일관되게 책임질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5·18 50주년은 상설 전담기관이 통합된 호남의 기억을 기획하고 미래 세대에 넘기는 첫 무대가 돼야 한다.

/정병호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