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최애리 기자=
국민 먹거리인 라면, 빵, 과자 등의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 공급 가격을 6년간 조직적으로 담합해 온 국내 대형 제분업체들이 적발됐다.
이들은 과거 한차례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정부의 물가안정 보조금까지 챙기면서 뒤로는 담합을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B2B(기업 간 거래)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국내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7개 제분사는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7.7%(2024년 매출액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 기간 동안 총 55회에 걸쳐 대표자 및 실무자급 회합을 가지며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물량 배정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번 담합은 2018년 말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작됐다. 대한제분이 최대 수요처인 농심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자, 타격을 입은 사조동아원 등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경쟁이 붙었다.
이에 2019년 11월, 시장 점유율 상위 3개사(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와 삼양사 임직원들이 식당에 모여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자”며 담합의 고리를 만들었다.
이후 2020년에는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 하위 업체들까지 도미노처럼 가담하면서, 담합 대상은 농심·팔도 등 대형 수요처에서 중소 대리점 및 밀가루 전 제품으로 순차 확대됐다.
이들의 담합은 국제 원맥 시세 변동기에 더욱 치밀하게 작동했다. 수입 원맥 시세가 급등하던 2020~2022년에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위해 전 거래처의 가격 인상 폭을 합의했다.
반면, 원맥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선 2023년 이후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담합 기간 중인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 가격은 담합 시작 전인 2019년 말 대비 업체별로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제분사들의 영업이익률은 공동행위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이들은 2022년 하반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총 471억 원의 ‘가격안정 지원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담합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적발된 7개 제분사는 2006년에도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총 435억 원의 과징금 부과 및 대표자 고발 등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엄중한 제재를 받고도 재차 장기간 담합을 벌인 점, 국가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위법 행위를 지속한 점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해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이례적으로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담합으로 왜곡된 시장 가격을 경쟁이 살아있는 정상 수준으로 강제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왜곡된 밀가루 가격이 정상화되면 가계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 밀접 분야의 독과점 사업자가 벌이는 중대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적발 시 엄중 조치할 것이다”고 전했다.
댓글
0